북한 핵시설 폭파 쇼후 비밀리 신형 ICBM 제조 들통

허성배/주필

2018-08-01     허성배
당장이라도 뭔가 이뤄질 것 같았던 북핵 폐기 협상이 장기전 조짐이 보이면서 ‘핵보유국 북한’과의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 공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제조중인 정황을 미 정보당국이 포착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북핵 폐기 협상 장기화 속에 선언뿐인 ‘완전한 비핵화’와 풍계리 핵시설 폭파 쇼로 미국의 ‘최대 압박’을 후퇴시킨 후 남.북 미.북 정상회담시 비핵화 선언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핵폐기 선언을 애당초 거짓으로 국제조약을 무시한채 도덕적 UN 제재결의까지 저버린 북한의 만행에 대하여 그 대가는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다.
선언적 의미의 ‘완전한 비핵화’ 외에 북한의 정책 변화를 기대할 만한 어떠한 가시적 조치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온 의도는 일차적으로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자 했음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갈망하는 현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이 보인 행보는 세간의 우려했던 그대로다.
‘평화적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경제 문제에 숨통이 트이면 핵 협상을 장기화하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를 이용해 경제적 실익을 취하면서 대북 접근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한·미 양국을 자극해서 한·미 동맹을 이간하려 한다. 또, 미국 주도의 핵 협상을 우려하는 중국을 끌어들였고, 러시아까지 동원해 비핵화 협상을 구조적 교착 상태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 과정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핵보유국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으려는 시도를 주도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더 이상의 도발은 없다면서 4·27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체제 보장’과 ‘핵 폐기’를 바꾼다는.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거행해 정상적 국가의 지도자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동안 북한이 한 것이라고는 이른바 ‘완전한 비핵화’ 선언과 풍계리 핵 시설 폭파밖에 없으며,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인질을 석방하고 미군 유해 일부 송환 협상을 진행하는 정도다. 반면에, 비록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군사적 위협 해소의 핵심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잠정 중단 내지는 축소,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끌어냈으며, 불과 3개월간 3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을 통해 확실한 우군도 확보해 놨다.
문제는, 이른바 ‘트럼프식 비핵화’ 과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속전속결 일괄 타결론을 뒤집고 급기야 비핵화와 관련한 대북 협상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면서 장기전을 공식화했다는 데 있다. 북핵 폐기의 방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역시 기대할 만하지만,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도 사라졌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지칭하는 CVID라는 말도 자취를 감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밝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final, fully verified) 비핵화를 의미하는 FFVD도, 비핵화 초기 조치로서 일부 핵무기의 우선 폐기를 암시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도 말장난이 됐다. 완전한 비핵화조차도 언급 않는 북한만 쳐다보는 셈이 된 것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북핵 협상에서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할 바에야 현실을 인정하고 대북 협상의 계기를 유지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지난 9개월간 누구도 막지 못했던 북한의 도발을 막은 것이 자신이며,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양보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고, 선제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중요한 지렛대를 상실했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다. 미국의 대응 한계를 간파한 북한은 ‘종전선언’을 압박하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요구를 ‘강도 같은 요구’로, 한국 정부에 대해선 판문점 선언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진의야 뭐든 김정은이 북한 인민을 생각하는 최초의 지도자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물론 미·북 간 협상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국으로서는 국제적 농간과 악날한 거짖에 속았다는 분노의 대가는 반드시 무과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근거로 남북 협력에 공을 들릴 것인지? 문제는 북한이 무엇이 변했는지를, 또 어떻게 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냉정히 살펴야 한다. 북한도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직시해야 하지만 우리도 철통 같은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국군 통수권자는 한치 오차도 없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