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 일류 향한 젊은 총수 시대 맞아 국가 브랜드 혁신기대

허성배 주필

2019-05-29     허성배
최근 몇 년 새 삼성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이 3~4세대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조만간 현대차, 코오롱 등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3세대 이상 총수 등장은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한국 자본주의 역사가 새로운 장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이 땅에서 자본주의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 것은 길게 잡아도 신분제가 철폐된 19세기 말 이후다. 본격적으로 개화한 것은 광복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안착하고 나서다. 사농공상의 뿌리 깊은 상업 천시 풍토 속에서 시작된 한국 자본주의는 불과 몇 세대 만에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고도 자본주의로 성숙했다.     
수일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발표한 대기업 총수 리스트에 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이 새로 들어갔다. 구 회장과 박 회장은 창업주 이후 4세대, 조 회장은 3세대 경영인이다. 구 회장은 41세, 조 회장은 44세로 그룹 총수치고 매우 젊다. 총수 세대교체와 저연령화는 일부 그룹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의 성공은 고스란히 한국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세계 7번째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넘는 국가)` 가입과 세계 10대 국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데는 기업의 공이 절대적이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설계가 잘된 국가 제도와 효율적인 정부, 우수한 국민성 덕분이지만 1~2세대 기업인들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병철, 정주영 같은 창업 세대는 미국 원조 경제를 갓 벗어난 1960~1970년대에 세계 시장을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전자와 자동차, 조선산업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세계 자본주의 역사를 통틀어 그렇게 담대한 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시대 한국에 이처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들이 이병철, 정주영 외에도 수두룩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은 일종의 기적이다. 2세대의 `창조적 파괴`도 1세대 못지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반도체 1등,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품질의 현대`라는 새 비전을 제시하고 당대에 실현했다. 한국 제조업은 2세대에 이르러 글로벌 톱 반열에 올랐다.
3~4세대 총수들은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비할 수 없이 좋은 조건에서 경영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국내외에서 최고 교육을 경험했고 이미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3대, 4대에 이르러서도 주인의식 경영이 지속하는 데 대한 논란은 있다. 한국 외에 그런 나라가 별로 없고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계급화가 고착되는 데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이 논란은 이들 총수가 선대에 뒤지지 않는 그릇과 능력을 입증해 보일 때 극복될 수 있다. 글로벌 초일류를 향한 웅대한 목표, 그 실현을 위한 혁신 능력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