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36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2-08-10     전북연합신문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8월 6일 밤 11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서 도움을 기록,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전반 31분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한 공을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절묘한 헤더 슛으로 상대방 골망을 가른 것인데, 역전골이었고 4대 1 대승의 기폭제가 됐다.
공식 도움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후반 16분 나온 사우샘프턴 선수의 자책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사우샘프턴 선수의 자책골을 유도한 에메르송 로얄에게 결정적 패스를 해준 것. 후반 23분엔 데얀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슛이 상대방 선수 팔에 맞았으나, 페널티킥(PK)으로 선언되진 않았다.
불과 한 경기를 보고 예단하는 게 좀 그렇지만, 토트넘이 이룬 개막전 4대 1 대승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토트넘이 리그 개막전에서 3점차 승리를 거둔 것은 1986년 애스턴빌라를 3대 0으로 이긴 뒤 36년 만인데, 팀의 주 득점원인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골 없이 4골이나 나왔다는 점에서다. 토트넘이 ‘손케 듀오’ 득점에 기대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팀임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 시즌만 보더라도 손흥민과 케인은 리그 38경기 중 24경기에서 40골(손흥민 18경기 23골, 케인 14경기 17골)을 넣었다. 토트넘 전체 득점(69골)의 과반(58%)을 손흥민과 케인이 작성했다. 손흥민과 케인이 득점한 경기에서 승점 54점을 가져왔다. 전체 승점(71점)의 무려 76%다.
아무튼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라운드라 순위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그래도 1위는 1위다. 1라운드에서 1승을 신고한 팀은 모두 8개팀이다. 이른바 ‘빅6’ 가운데 맨시티ㆍ첼시ㆍ아스널이 승점 3점을 챙겼다. 사우스햄턴을 4대 1로 대파한 토트넘이 골득실에서 앞서 1위에 오른 것이다.
스포티비뉴스(2022.8.8.)에 따르면 당장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8월 8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한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 골키퍼 출신 브래드 프리델 또한 “콘테 체제의 토트넘을 우승 후보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4대 1 대승은 영국 BBC가 2022-2023시즌 EPL 최종 순위 전망에서 토트넘을 3위로 뽑은 것에 대한 믿음의 승리이기도 하다. 노컷뉴스(2022.8.5.)에 따르면 BBC는 8월 5일 축구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순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1위부터 4위까지 예상 팀을 정하고 BBC가 순위에 따라 차등 점수를 매겼다.
합산 결과 맨체스터 시티가 79점을 받아 우승할 것으로 뽑혔다. 이어 리버풀이 74점으로 2위였다. 3위는 38점을 받은 토트넘이다. 22명 중 17명이 토트넘을 3위로 뽑았다. 토트넘은 1~2위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4명은 4위로 대답했다. 이어 4위는 첼시(16점), 5위 아스널(8점),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점)가 이름을 올렸다.   
이미 다른 지면에서 한 얘기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전력이 급상승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내친김에 토트넘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선수 영입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토트넘에 대해 강력한 공격력을 무기로 뽑았다. EPL 최고의 듀오 해리 케인과 손흥민, 여기에 브라질 특급 히샬리송이 더해져 공격력이 강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받쳐줄 조사 결과가 있다. 8월 4일 축구 통계를 다루는 ‘스탯맨 데이브’가 지난 3시즌 간 페널티킥 없이 EPL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5인을 소개했는데, 손흥민이 1위다.
손흥민은 지난 3시즌 간 페널티킥 없이 총 50골을 몰아쳤다. EPL 최고다. 모하메드 살라흐(리버풀) 역시 50골로 손흥민과 해당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골든 부트를 받았을 때도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넣어 화제가 됐다. 경쟁자 살라흐는 리버풀에서 페널티킥을 도맡았으나 손흥민은 순수 필드골로만 득점왕에 등극했다. 이것 역시 이미 말한 바 있다.
어쨌든 리그 정상급 이름들이 손흥민 아래에 있다. 팀 동료 해리 케인이 3시즌 간 페널티킥 득점을 제외하고 총 48골을 넣어 뒤를 이었다. 45골을 넣은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가 4위, 41골을 낚아챈 라힘 스털링(첼시)이 5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골 결정력을 갖춘 월드 클래스라는 얘기다.
한편 울버햄튼 황희찬도 EPL 1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해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6분 황희찬이 머리로 패스한 골을 동료가 논스톱 발리슛으로 마무리해 선제골을 뽑았지만, 팀이 1대 2로 져 빛이 좀 바랬다. 황희찬 팀의 패배와 손흥민의 득점이 없는 게 아쉽지만, 개막전부터 자못 흥미진진한 EP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