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부당차별 대출관행 사라진다

2011-07-06     서윤배 기자

지적장애인 A씨는 최근 은행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출에 대한 일반상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창구의 은행원에게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다.

또 다른 지적장애인 B씨도 거래은행에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자신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했으나, 은행 측이 의사무능력자에 해당한다며 대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적장애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관행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이 직접 감독에 나섰다.

금감원은 6일 금융회사의 지적장애인 차별을 막기 위해 내규개정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검사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돈을 빌리려는 지적장애인이 의사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사안별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출취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관련 내규를 개정토록 했다.

또 지적장애인에 대한 대출을 거절할 때는 대출상담기록부 등에 거절사유를 기록하고 영업점장이 취급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한편,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법감시인의 자체점검을 강화하고 영업점 교육도 실시토록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직접 지적장애인 차별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자행돼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당수의 금융회사가 여신 관련내규에 가계대출 자격을 '법률상 행위능력자' 요건 외에 '사실상 행위능력'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시중은행은 내규에 "가계여신의 채무관계자는 법률상은 물론 사실상 완전한 행위능력이 있는 자연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채무자가 '완전한 능력자'이거나 '완전한 행위자'여야 한다고 내규로 규정하고 있어 지적장애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금감원은 "사실상 행위능력자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구체적인 판단기준이나 절차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금융회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함에 따라 지적장애인에 대해 부당한 차별 및 민원발생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금융회사(2개사)에서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가계대출은 무효라고 명시하거나 대출신청 자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 측은 "각 금융사에 지적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공문을 송부하고 이들에 대한 불리한 금융제도나 관행이 발견될 경우 신속하게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서윤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