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금메달 따고도 비판받는 남자축구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6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남자축구가 ‘숙적’ 일본을 1대 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임시라곤 하지만 A매치 국가대표팀 모레노 감독이 10월 2일 현재 3차례 경기를 치른 가운데 1승 1무 1패의 다소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와중에 전해진 금메달 소식이어서다.
영국 현지 언론도 ‘남자축구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의 일등공신 엄지성의 활약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인터풋볼(2026.10.4.)이 전한 지역 일간지 ‘스완지 베이 뉴스’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엄지성에게 잊지 못할 무대였다. 카타르전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포문을 열었고, 준결승 중국전에서는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고 극찬했다.
매체는 이어 “이번 금메달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 남성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특례를 받는다”며 “와일드카드(연령 초과 선수)로 합류해 이미 A대표팀 경험까지 갖춘 그가 한국 축구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군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고 집중 조명했다.
군 복무라는 큰 짐을 던 엄지성은 이제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속팀 스완지 시티로 복귀하게 됐지만, 그러나 선수들은 남자축구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이란 대업을 이루고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우승 뒤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발언과 행동이 구설에 올랐다. 유종의 미는커녕 비판과 비난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와일드카드이면서 주장으로 활동했던 이기혁은 “당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입대까지 9일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메달과 트로피보다 병역 문제 해결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박승수는 이른바 ‘전역모’를 쓴 기념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OSEN(2026.10.4.)이 전한 바에 따르면 “병역 혜택을 얻은 기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군 복무를 마쳤거나 입대를 앞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그들의 병역 면제 자랑은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우린 감옥에 안간다고 비아냥거리듯 하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이기혁은 10월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과 선수단의 행동을 사과했다. 개인 소셜 미디어에도 사과문을 올리고 “경솔한 표현으로 팬들과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인정했다. 그는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인 만큼 말 하나하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얘기했어야 한다. 처음에 그렇게 말해서 어린 선수들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행동에 대해서는 국방의 의무를 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진심으로 드리고 싶다”며 사과했다. 국방의 의무와 국가대표의 책임을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기혁은 “국가대표로서 한 경기, 한 경기 뛰는 것이 정말 소중했다. 그 무게를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 내 발언들로 이것이 너무 가볍게 화제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응원이 소중했지만 선수들의 발언으로 팬들이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며 재차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기혁은 개인 소셜 미디어에 올린 사과문에서도 병역 혜택에 초점을 맞춘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순간의 행복, 도파민, 흥분감에 의하여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거에 포커스를 맞춘 저의 그 발언들 행동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과 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적었다.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감, 사명감을 가볍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말하기 전에 생각했어야 했지만 너무 가볍게 이야기했다며 계속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양민혁은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분들과 앞으로 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모든 분의 노고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거나 조롱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며 사과했다. 박승수는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고, 벅찬 마음이 너무 커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찍어 올렸다”고 반성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이번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선수들은 개성 있는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들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이 인터뷰와 소셜 미디어에서 국가대표다운 품위와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적절한 자세를 전달하는 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지만, 선수들의 그런 개념 없는 발언으로 생긴 일파만파 비판 여론에 감독과 코치 등 ‘어른’들 책임은 없는가 돌아보게 된다. 병역 면제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인터뷰에서 입도 뻥긋 못하게 교육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