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관광의 성적표, 이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소비’다

오상영 원광보건대학교 전 겸임교수 삼례로타리클럽 제48대 회장 삼례센스안경원·금강보청기 원장

2026-10-20     고윤숙 기자

 

지역 관광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관광객 수다. 축제가 끝나면 몇 명이 다녀갔는지 발표하고, 관광지가 활성화됐는지를 판단할 때도 방문객 증가를 주요 성과로 내세운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관광객 숫자만으로 관광정책의 성공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도 관광지를 둘러본 뒤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면 지역경제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방문객 수가 다소 적더라도 지역에서 식사하고 카페를 이용하고 농특산물을 구입하며 숙박까지 한다면 관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필자는 지방지 기고를 통해 완주 관광이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제는 그 산업화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답해야 할 때다.
최근 수원시가 제시한 관광정책의 방향은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관광객 숫자 자체보다 소비와 체류에 주목하고 역사와 문화, 스포츠와 축제, 숙박과 지역상권을 연결해 관광을 도시경제의 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완주 역시 관광정책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축제와 관광사업이 끝난 뒤 단순히 방문객이 몇 명이었는지만 집계할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완주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디에서 식사하고 무엇을 구입했는지, 숙박과 지역상권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관광예산이 실제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관광지와 지역상권을 연결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완주에는 삼례를 비롯해 소양과 구이, 고산, 상관, 운주 등 지역마다 서로 다른 관광자원과 먹거리, 자연환경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각각의 관광지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관광객이 한 곳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광지와 음식점, 카페, 전통시장, 농특산물 판매장, 숙박시설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관광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 관광지를 따로 홍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완주 전체를 하나의 관광경제권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광객의 소비를 지역에 머물게 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완주지역 음식점이나 카페, 숙박시설, 전통시장, 농특산물 판매점 등을 이용한 관광객에게 관광시설이나 체험 프로그램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하기보다 특정 관광지나 축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효과를 분석해 점차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광객에게는 완주에서 한 곳이라도 더 방문하고 한 번이라도 더 소비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관광객 증가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광정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행정이 관광시설을 만들고 축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관광산업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숙박과 음식, 체험과 농촌관광, 문화콘텐츠와 기념품을 만드는 주민과 청년, 소상공인과 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관광으로 소득을 얻는 사람과 기업이 늘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관광이 비로소 지역의 산업이 된다.
필자는 완주군이 매년 ‘완주 관광경제 성적표’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관광객 수와 함께 체류시간, 숙박 이용, 관광소비, 지역상권과의 연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어느 관광지와 축제가 실제 지역 소비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다음 해 관광정책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성과가 좋은 사업은 키우고 효과가 부족한 사업은 개선하는 객관적인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관광객 100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관광객이 완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며 어디에서 돈을 쓰고 얼마나 머물렀느냐이다.
완주는 관광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광지를 계속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가진 관광자원을 지역상권과 연결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체류와 소비로 이어주는 정책이다.
스쳐 가는 관광객을 붙잡아야 한다. 한 곳을 더 방문하게 하고, 한 끼를 더 먹게 하고, 하룻밤을 더 머물게 해야 한다. 그 소비가 지역 상인의 매출이 되고 주민의 소득이 되며 지역의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
완주 관광의 성적표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올해 관광객이 몇 명 왔는가”가 아니라 “관광객의 소비가 완주에 얼마나 남았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때 완주 관광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