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의 안전

백산파출소장 경감 안승희

2026-10-25     전북연합신문

 

황금빛 들녘이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한 해 동안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거두는 농민들의 손길에서는 수확의 기쁨과 고단함이 함께 묻어난다. 그러나 이맘때 농촌 도로를 순찰하다 보면 풍요로운 가을 풍경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 가장자리에 널어놓은 고추와 들깨, 농작물을 정리하느라 차도 가까이 앉아 있는 어르신들, 좁은 농로를 오가는 경운기와 농기계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온 동네 한 바퀴’ 순찰 중 도로변에 들깨를 널어놓고 작업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농작물을 말릴 마땅한 공간이 부족하고, 햇볕이 잘 드는 도로변이 작업하기 편하다는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량이 오가는 도로 바로 옆에서 농작물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은 농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접근하는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운전자 역시 도로변에 펼쳐진 농작물을 피하려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작업 중인 어르신을 뒤늦게 발견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농촌 도로는 도시와 다르다. 보행자와 농기계, 일반 차량이 놉은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굽은 길이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구간도 적지 않다. 여기에 수확철 농작물까지 도로변을 차지하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렇다고 어르신들에게 무조건 도로변에서 농작물을 말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익숙해진 작업 방식과 농촌의 여건을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먼저 농사일의 고단함을 살피고,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안전한 장소를 이용하도록 당부한다. 농작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르신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배려도 절실하다. 농촌 도로에서 농기계나 작업 중인 어르신을 발견했다면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잠시 서행하는 불편보다 한순간의 부주의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대가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가을이다. 농민들에게 가장 큰 보람은 풍성한 수확이겠지만, 경찰관의 눈에는 그 수확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더없이 소중하다.
풍성한 수확보다 값진 것은 안전한 귀갓길이다. 올가을, 모든 어르신이 사고 없이 가을걷이를 마무리하고 가족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