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6-11-04     전북연합신문

 

토트넘 시절 손흥민과 함께 이른바 ‘손-케 듀오’로 불렸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10월 27일(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영국 런던 팔라디움) 2026발롱도르시상식에서 영예의 남자 주인공이 됐다. 2025~2026시즌 공식전 56경기에서 64골 8도움을 작성한 케인은 최다 득점자에게 주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도 함께 들어 올렸다.
수상 직후 케인은 자신의 SNS에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짧게 ‘와우’라는 글을 남겼다. 엑스포츠뉴스(2026.10.27.)에 따르면 케인의 게시글에 반가운 이름이 등장했다. 손흥민은 케인의 게시물에 직접 ‘좋아요’를 눌렀고, 발롱도르를 수상할 자격이 있다는 댓글로 축하를 전했다. 또한 자신의 SNS에는 “축하해 나의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염소 이모티콘을 올리며 한 번 더 축하했다. 손흥민에게 역대 최고 동료는 케인이었단 얘기다.
토트넘도 이를 조명했다. 토트넘 공식 SNS는 두 선수가 함께 골 세리머니를 하는 과거 사진에 손흥민의 축하 메시지를 덧붙여 공개했다. 그러면서 “케인이 발롱도르를 수상했는데 ‘손케’ 손흥민 축하가 당연히 빠질 수 없지”라고 적었다. 수년 전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둘의 특별한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만하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전 세계 기자단 100명이 투표해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한다. 축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여겨진다. 케인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와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을 제치고 수상자가 됐다. 잉글랜드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은 것은 2001년 마이클 오언 이후 무려 25년 만이란다.
‘이적(移籍)의 계절3’(장세진 수필집 ‘월드클래스 손흥민2’ 수록)에서 이적 사실을 전하고, ‘해리 케인의 무관 탈출’(장세진 수필집 ‘자나 깨나 축구’ 수록)을 통해 케인의 우승 소식을 전했을 때처럼 외국 선수중 한 명인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 소식을 비교적 자세히 전하는 것은 손흥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선수인데다가 ‘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같은 팀의 동료여서다.
이미 ‘월드 클래스 손흥민’ 시리즈 글에서 여러 번 말했듯 손흥민과 케인의 빛난 호흡은 세계 축구역사를 새로 썼다. 이른바 ‘손-케 듀오’는 2015~2016시즌부터 8시즌 동안 EPL 역대 최다인 47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이 24골, 케인이 23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영욕(榮辱)을 함께 했던 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 케인과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고, 두 선수는 득점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 듀오로 활약했다. 특히 2020~2021시즌에는 한 시즌에만 14골을 합작했다. 당시 앨런 시어러-크리스 서튼이 1994~1995시즌 블랙번에서 세운 13골을 넘어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기록까지 새로 썼다.
2022년에는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파드가 갖고 있던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합작골 기록 36골까지 넘어섰다. 이런 케인이지만, 그러나 오랫동안 따라다닌 ‘무관’이란 꼬리표가 있었다. 토트넘에서 수많은 개인 기록을 세우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지만, 팀 우승 트로피와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결국 케인은 2023년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했다.
독일로 간 케인의 2025~2026시즌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공식전 51경기 61골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기록까지 더하면 클럽과 국가대표에서 무려 73골을 터뜨렸다. 뮌헨의 국내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4골을 터뜨리며 바이에른의 준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주장으로 6골을 기록하며 팀의 준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케인은 시상식에서 “내게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고 자신에게 표를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도 언급했다. 케인은 축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아이들을 향해서 자신처럼 처음부터 정상으로 직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케인은 “중요한 건 여정이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열심히 노력하라”면서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 소녀라면 누구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처음부터 정상에 오른 아이가 아니었다. 나도 밑바닥 생활을 경험해야 했고, 지금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나만의 길을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앞의 엑스포츠뉴스를 보면 실제로 케인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은 선수가 아니었다. 토트넘 1군에서 곧바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었다. 레이턴 오리엔트ㆍ밀월ㆍ노리치 시티ㆍ레스터 시티 등 여러 팀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그 과정에서 케인이 특별히 감사를 전한 구단이 있다. 바로 토트넘이다.
케인은 “토트넘 홋스퍼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토트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다. 난 11살 때부터 토트넘에 있었다. 여러분 덕분에 내 꿈을 이룰 수 있었고, 분명히 함께한 모든 순간들, 그 여정의 모든 것들이 날 오늘 이 여정으로 이끌었으니, 토트넘 홋스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