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제로 다시살기 운동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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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제로 다시살기 운동 새겨보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4.04.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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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금융소비자 단체가 부실채권소각, 빚 제로 다시살기 운동을 제안했다.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인 부실채권 소각 캠페인을 위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대부업체로부터 10년 이상의 장기 연체 채권 166건을 매입했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매입한 166건의 채권 잔여 원금은 4억6천7백여만원이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이 채권을 매입하는 데 든 비용은 1300여만원이다. 채권 100만원 당 3만원인 셈이다. 이렇게 헐값에 채권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연체된 채권들을 금융기관이 대부업체 등에 헐값에 팔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업체들은 헐값에 매입한 채권을 여러 형태의 빚 독촉을 함으로써 채무자로부터 원금을 받아 챙긴다. 채무자는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새 출발의 기회를 얻기는커녕 빚 독촉을 피하려 사회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것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채권이 헐값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끊임없이 채무자에게 빚 독촉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10명중 7명이 크고 작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시대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넘어지고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을 너무나 힘겹게 만들어 버린 사회, 차갑게 외면해버리는 사회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이제 가계부채 문제는 누군가의 현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10년이 넘은 채권, 면책받아 소멸된 채권까지 사서 추심하고, 소멸시효가 끊임없이 연장돼 죽어서도 대물림되는 채권 장사를 하면서 채무자들을 도덕적으로 해이로 몰아세우는 사회적 시각은 안된다. 차라리 부실채권시장의 탐욕적인 무한이기주의에 제동을 걸어야한다.

‘월소득 40만원이 안되고, 무직, 아르바이트,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절반을 탕감해준다고 유혹해서 10년 동안 한 달에 5만원씩 상환하라고 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인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파산면책된 채권까지 사들여서 추심하고,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기금이 과연 국민행복기금인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가 벌이는 이 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인 기금을 조성하고, 실패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빚제로 다시살기 캠페인이다.
영세 자영업자, 실패 위험에 내몰린 다수의 ‘을’, 실패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중산층이 모여 실패해도 두렵지 않은 사회만들기 프로젝트, 다시 일어서기 쉬운 사회 만들기인 것이다. 그리고 채권-채무관계, 채무자 인권 문제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 편견들을 꼬집는 운동이다.

더 이상 돈 때문에, 빚 때문에 죽어야하는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들을 막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존엄한 삶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빚제로 다시살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회도 부실채권 거래 시장의 과도한 약탈적 거래를 제한할 규제 법안·제도 마련 및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채무자들의 새 출발이 가능한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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