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처럼” … 뇌사 장기기증으로 설날 6명에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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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처럼” … 뇌사 장기기증으로 설날 6명에 새 삶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02.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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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그분들이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오랜만의 귀향,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으로 들떠있던 지난 설(14일). 고 이명주 씨(44.서천군 장항읍) 가족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잠겨 있어야 했다.

부인 김옥연 씨와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세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던 이 씨는 지난 13일 새벽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급하게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뇌출혈이 너무 심해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고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평소 건강했던 가장이기에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이 씨의 부인과 아들은 병원 측에 먼저 뇌사 장기기증 뜻을 밝혀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이 씨가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피력했고, 실제 장기기증 희망 신청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등을 기증하고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지난 16일, 이 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이 씨가 기증한 심장, 간, 신장, 각막 등 장기는 설날이었던 14일 전국에 있는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이라는 가장 큰 선물로 전해졌다.

간과 신장, 각막 2개 등이 전북대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4명의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식됐다.

심장은 서울 지역의 환자에게, 남은 신장 하나는 전남 지역 환자에게 각각 전해졌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설날 새 생명을 이식 받은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 중에 있다.

이 씨의 부인 김옥연 씨는 “고인의 뜻을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기증을 받게 된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면 하늘나라에 있을 남편도 함께 행복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21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해 88명의 만성질환자들에게 새 삶을 줬던 전북대병원에서 2010년 2월 18일 현재 벌써 6명이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영면에 들었다.

전국적으로도 전북대병원이 매우 적극적인 뇌사자 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대병원 김영곤 병원장은 “전북대병원의 적극적인 뇌사자 관리로 전북대병원에서 대기 중인 만성질환자들이 큰 수혜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장기이식센터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 전북대병원을 한강이남 장기이식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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