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감축만이 능사 아니다
상태바
규제감축만이 능사 아니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4.05.20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 된 규제는 사회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회분쟁의 해법이다. 규제는 또 바로 돈과 직결돼 이익의 사회적 균형추 노릇도 한다.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계층·부문 간 불화와 불만, 갈등이 팽배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인권, 안전, 생존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규제개혁을 할 때는 이 모든 현실적 상황과 미래의 변경된 모습까지도 정밀하게 검토해서 철폐, 강·완화, 신규 입법을 해야 한다.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예기다.‘성장을 통한 경제운영’을 강조하며 새해부터 강력한 규제개혁을 주문한 박근혜 정부가 불과 넉 달 만에 국정 방침에 혼선을 겪고 있다.
대통령이 ‘규제는 암’이라며 철폐를 외쳤는데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안전수칙과 관련된 규제의 대폭완화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손톱 밑 가시뽑기’란 명목으로 마치 규제가 많아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양 규제 감축을 위한 강력한 주문으로 부처를 독려해 왔다. 부처별로 10% 수준에서 일괄적으로 소관 규제 감축을 추진 중인데 정상적인 입법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규제입법 당시, 다 합당한 사유가 있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성문화됐을 규제를 일괄감축 하겠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충분한 심의나 평가·공청회, 영향심사도 없이 없앤다니 위험한 발상이다. 규제개혁이란 필요한 곳에는 강화와 추가입법을 하고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는 철폐와 완화를 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 의미인데, 정부의 개혁은 오직 규제감축 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감축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국민의 저항을 피하려는 심사인지는 몰라도 아리송한 표현을 쓰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먼 데서 사례를 찾을 것도 없다. 세월호의 300명이 넘는 무고한 희생에는 이명박 정부의 여객선 선령제한 완화가 사고의 큰 요인이 됐다. 마구잡이식 규제완화가 안전규제마저 느슨하게 풀어버렸다. ‘조삼모사’ 규제감축이 정부의 신뢰도를 낮춰버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