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과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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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장과 허니문
  • 이동우
  • 승인 2014.07.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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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정치포럼 대표 정치학박사 이 동 우

  6 4지방선거가 끝나고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이 7월 1일 취임식을 갖고 민선 6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익산시도 당선 후 약 한 달간의 인수기간을 거친 박경철 시장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출마 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가 30년 정치인생에서 ‘11전 12기’ 끝에 첫 당선의 한을 풀었기 때문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 시장은 당선 소감에서 “30년 가까이 선택받지 못했지만, 익산시민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결국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이번 자신의 당선은 익산시민들의 혁명으로 알고 시민 곁에 서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시장이 처음 출마 때부터 지금까지의 정치역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던 익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전임 시장을 이기고 지방자치 실시이후 최초 무소속후보로 익산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의 저력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한 번의 당선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박 시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시장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전임 시장의 업무용차량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선언하여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실 그동안 시장 관사는 관선시대의 유물 중 하나였다. 관선시대 기관장 대부분은 서울에 집이 있었다. 임기가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언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날 줄 몰랐기 때문에 굳이 근무처에 정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선시대가 시작되면서 자치단체장은 주민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자신들의 재선에 도움이 되므로 대부분 관사가 없다. 전임 시장의 업무용차량을 계속 사용하는 문제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관용차량의 내구연한은 5년이다. 따라서 내구연한이 남아있는 관용차량을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 외에 필자가 알고 있는 전임 시장과 다른 박 시장의 행보 중 하나는 최초로 임명권을 행사한 비서실장을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기존 직원 중에서 선택한 일이 아닐까 한다. 평생을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박 시장으로서는 아무래도 기존의 행정조직을 단시간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과 직원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선거를 통해 권력(자치단체장의 교체도 분명 권력교체이다)이 교체되면 취임 후 첫 3개월 내지 6개월간은 ‘허니문’(honeymoon)이라 하여 언론이나 의회가 지나친 비판을 삼가 하는 기간을 둔다. 이것은 아름다운 전통일 수도 있다.

 
   시정에 서툰 신참 시장이기에 다소 미흡하고 잘못이 있더라도 언론이나 의회가 너그러이 봐주는 기간이다. 이 기간만큼은 시장이 승리감에 도취해 온갖 샴페인을 터트려도 언론이나 의회는 참고 기다려준다. 신임 시장이 계획하고 공약했던 각종 정책들을 일정기간 동안 손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도와주는 기간인 것이다. 실제로 신참시장이 전반적인 시정을 파악하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도 박 시장에게 허니문을 주자. 허니문을 잘 활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에게 ‘뉴딜정책’으로 잘 알려진 미국 제32대 대통령 ‘플랭크린 루즈벨트’다. 루즈벨트는 당선 후 100여일의 허니문 동안 100여개의 개혁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재임기간 실행함으로써 1930년대 대 공항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용기를 북돋아줬다. 루즈벨트는 허니문을 잘 활용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을 지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시정목표를 “이천년 역사고도 녹색도시 익산”으로 정하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친환경 녹색도시로 건설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은 “이해와 화합을 통해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 대통합을 이뤄내 새로운 익산발전시대를 열겠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시민 중심의 열린 시장실 운영, 클린 행정·클린 도시 조성, 성과보다 실속 등을 시정 원칙으로 정하고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재정 건전성 회복 위한 재정 비상체계 운영, 일자리 창출·서민경제 회생 통한 지역경제 안정화, 환경·문화도시 및 익산 역사문화 특별시 추진, KTX 역세권 개발 및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 약자·취약계층 복지 정책, 농업 고부가가치 창출 통한 풍요로운 농촌 건설, 시장 권한 시민 공유” 등의 역점사업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이를 통해 “익산은 획기적인 변화의 역동적 상황으로 나아갈 것”이며,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며 희망찬 미래를 향해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는 익산시가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시정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이제 익산에 ‘박경철 시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박 시장에게도 ‘허니문’을 주고 지켜 볼 일이다. 평가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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