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졸업식 문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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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졸업식 문화를 기대하며
  • 손주현
  • 승인 2015.02.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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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경찰서 정보보안계 경사 손 주 현

바야흐로 졸업 시즌입니다. 아침부터 운동장은 차로 북적대고 상인들은 줄지어 꽃다발을 팔고 있습니다. 교문 앞에는 ‘떡’ 하니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네요. 특이한 졸업 ‘행사’를 예방하기 위함이죠. 잊지못할 졸업식 추억을 만든답시고 밀가루와 계란을 들고 와 흩뿌리거나 던지는 행동, 또는 교복을 찢거나 심지어 속옷 차림으로 졸업을 맞이하는 상황에 경찰관들이 그것을 제지하려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지난 몇 십년간 우리의 졸업 문화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여 몇 구절 부르다보면 목이 메어 울음바다로 끝나거나,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식전 연습과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고 교실로 가 사진을 찍고 하는 형식적인 졸업식으로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몇몇 기사를 보니 요즘엔 졸업식 문화가 바뀌어가는 것이 조금씩 보입니다. 땅끝마을 해남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졸업하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모금하거나 졸업생들의 끼를 발산하는 무대를 준비하여 축제 형식으로 졸업식을 한다고 합니다. 인천 모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의 소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졸업식 마무리를 한다고 합니다. 이 종이비행기는 타임캡슐에 보관되어 10년 뒤에 개봉할 거라고 하네요.

이처럼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해 졸업을 맞이하는 학교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형식에서 벗어나 너무 과격한 졸업식 문화는 경찰차를 불러들이지만 형식적인 선에서 조금 생각을 바꾸면 모두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물해주는 졸업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엔 밀가루나 계란을 던지는 행사가 학생들에게도 조금‘야만적’으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진 않았지만 10대들의 생각이 바뀌어 오히려 새로운 졸업식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학생들이 먼저 나서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교복을 찢는 행위 대신 소중히 교복을 보관하거나 후배에게 물려주려는 학생들도 꽤 많아진 것 같습니다. 따분하고 형식적인 졸업 대신 축제 분위기의 웃음 가득한 행사로 졸업식에 한 획을 그어보는 것도 좋은 졸업식 문화가 될 것 같습니다.

졸업식 문화의 변화는 교육환경의 변화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이 학생들을 억누르는 상황이라면 학생들은 졸업식 날을 흡사‘출소일’로 생각할 것이며 어른들이 우려하는 일탈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졸업식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멋진 축제로 만든다면 불미스러운 일들도 한층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축제의 장에 가족이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앞으로 우리의 졸업문화가 어떻게 바뀔 지는 우리 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훗날 돌아봤을 때 창피한 기억이 아니라 자랑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졸업식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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