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의 큰 틀 새로 짜자
상태바
장애인복지의 큰 틀 새로 짜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5.04.22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35년이 지났다. 또 장애청년운동의 성과로 1989년에 장애인복지법이 전면 개정된 지 26년이 지났다. 그동안 장애인 복지와 권익의 수준이 크게 발전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예산, 서비스, 장애 인식 모든 측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 이 모든 변화가 깨어 있는 장애 당사자들의 투쟁과 헌신과 열정의 결과였음을 기억한다. 아울러 장애인 복지의 양과 질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장애인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복지전달체계는 여전히 시설 중심이다. 거주시설, 이용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각종 시설들이 해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들을 비장애인이 운영하고 있어서 장애인은 클라이언트로 대상화되고 심지어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제 시설 위주의 전달체계가 개인별 욕구에 기초한 직접지불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할 때다. 시설 운영에 드는 예산을 대폭 줄여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향으로 전달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의 경우, 정부가 수용 인원 축소, 거주인 인권 보장, 예산 확대 같은 개선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시설 내 인권침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도 서울의 인강원, 경기도의 혜림원, 인천의 해바라기에서 심각한 학대와 부정부패가 확인됐다.
시설을 아무리 개선해도 그곳이 폐쇄된 공간인 이상 인권침해의 소지는 다분하다. 이제는 정부가 장기적인 탈시설화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다. 특히, 가난한 부모를 둔 18세 미만 어린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거주시설로 내몰리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어려서 부모와 결별하고, 정신과 약물에 노출되고, 개인의 삶을 박탈당한 채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된들 인간의 조건을 갖출 수 있겠는가? 막대한 시민의 세금을 거주시설에 줄 것이 아니라 장애 어린이의 부모를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신체적 장애인뿐 아니라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정신적 장애인들에게 맞춘 활동지원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들의 법률 행위능력을 박탈하는 성년후견인제도는 의사결정지원제도로 대체되어야 한다. 오늘날 선진국의 장애인 복지는 정신적 장애가 주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1981년 2개에 불과하던 장애인 관련 법률이 지금은 15개로 늘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이 발효되면서 장애인의 권리가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보장되고 있다.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면서 개인의 욕구를 주목하는 장애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집밖으로 나오기조차 버거웠던 중증 장애인들이 이제는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고,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가고 싶고, 스포츠와 취미를 즐기고 싶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바야흐로 장애인의 삶에서 권리뿐 아니라 문화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권리에 기반한 개인의 문화적 욕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장애인복지법부터 전면 개정해야 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1989년 개정 때 그 골격이 갖추어졌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장애 관련 법률이 13개나 더 생겼고 장애인의 욕구가 다변화되었고 삶의 환경이 크게 바뀐 마당에 현행법으로는 이런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
장애인 복지의 ‘89년 체제’로는 변화된 현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