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취임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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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취임사 [전문]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07.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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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전라북도민 여러분, 교육가족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제 16대 전라북도 교육감으로 취임하는 오늘, 도민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진정한 교육자치’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 순간, 저는 감격스러움보다 비장함을 느낍니다. 전북교육의 개혁을 기대하는 도민들의 수많은 시선이 저를 지켜보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거와 취임준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그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험 좀 줄여 달라’는 어린 학생들의 하소연부터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선생님들의 요청, 그리고 ‘전북교육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소망들은 한마디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도민 여러분들의 간절한 열망을 다음과 같은 선언을 통해 실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 김승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0교시와 보충학습, 방과후학습, 야간자율학습에 이어 다시 학원을 찾아가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해 나갑니다. 정규고사뿐만 아니라 도 단위, 전국 단위 일제고사도 모자라 사설 일제고사까지 치릅니다. 자율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점수와 서열에 대한 관심을 ‘과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만들고 그 꿈을 가꾸어 나가는 삶의 터전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엄마 품 다음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인간존엄성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학교는 다양한 차이들의 공존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가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학습은 지루하고 짜증나는 노동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삶의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발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인성계발과 실력향상은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쉴 틈, 놀 틈, 꿈꿀 틈이 있어야 합니다. 틈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찾아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점진적으로 자유의 영역을 회복시켜 주고자 합니다. 제가 기획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아이들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인권도 본질적으로는 기성세대의 인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것입니다. 성장기에 자유의 가치를 터득한 인간만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당하는 차별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아이들에게 가난과 부유, 장애와 비장애, 여성과 남성, 피부색의 차이 등이 부끄러운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그 모든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장 성숙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은 행복해 집니다.

저는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일입니다. 제가 만난 많은 선생님들은 교수학습 방식의 본질적 개선과 인성지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학력신장을 위해 선생님들께서는 수업모델과 수업자료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마치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더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선생님들께서는 수업시간을 더 활력 있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열정을 바치는 선생님들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우리 전라북도의 교사들은 교육자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시대의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잘 압니다. 교사들 앞에는 동시대의 공동체가 놓여 있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서 있습니다. 교사들이 긍지를 느끼고,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도록 모든 형식의 의사 표현을 보호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2014년까지 100개의 혁신학교를 지정 운영하겠습니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수의 적정화, 교과과정의 자율성,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학습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핵심 내용 가운데는 일반학교에서도 선생님들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능력을 신뢰합니다.

저는 선생님들 위에서 군림하고 명령하는 교육감이 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들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현장으로 달려가 그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기울이겠습니다. 교육 외의 일들로 선생님들이 괴롭힘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선생님들께서는 오로지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집중하시고, 그들의 고민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다시 강조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다하십시오. 행복한 학교는 선생님들의 어깨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전라북도를 교육 청정지역으로 바꿔놓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북교육의 심장입니다. 그 심장은 교육의 주체들이 그 권한과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고, 공공에 대한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신선한 피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심장은 이제 교육자치 시대를 맞아 새로운 활동양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동안의 행정시스템이 교육의 주체들을 관리와 통제의 시각으로 보지 않았나 하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각 시군 지역교육청을 교수학습과 학부모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교육행정은 현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책상에서의 공문 양산과 보고서 받기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잡무는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에게도 근무 피로도를 가중시킵니다. 교사들에게 교원잡무의 굴레를 벗게 해주면 교육 의욕이 살아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의 질도 향상될 것입니다.

교원과 교육행정직 인사의 투명성, 공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확고한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교육감인 저 자신부터 인사비리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교사가 승진을 목표로 근무평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을 최소화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고, 교장·교육장 등의 인사를 관할할 인사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 하고 심사에서 심층면접을 강화하겠습니다. 전문직 선발 시험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많이 한 교사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습니다.

공사, 납품, 승진과 전보, 프로젝트 발주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비리에 대해 저는 이미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들을 입수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단돈 백 원의 뇌물도 받지 않겠습니다. 저와 교육행정을 맡은 관료들에게 뇌물 건네기를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묵묵히 교육에 열정을 바치고 계신 교육가족들에게는 추호의 불이익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학부모님들은 엄연한 교육의 주체입니다. 교육의 주체는 크고 작은 교육 사안들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제자리에 서 계실 때 진정한 의미의 교육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내 아이’보다 ‘우리 아이’를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비가 절감됩니다. 학원의 수강료가 합리적인 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필요한 관리․감독을 하겠습니다. 우리 어른들의 의무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천하여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우려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권리는 너무나 절실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지역의 모든 역량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경찰, 검찰, 법원 등과 협력하여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반인륜범죄에 대해서는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전라북도민 여러분!
이제 저는 학생·교사·학부모로 구성되는 교육 3주체와 함께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되찾고 교육자는 자긍심을 회복하며 공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과제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이 과제는 교육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도민 모두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원하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토론으로 극복하고 문화와 정서의 차이가 있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전북교육의 발전을 위해 화합의 지혜를 모아갑시다.

특히 친환경무상급식의 실현을 위해 모든 지자체와 지방의회, 지역 구성원들의 협조와 지원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또한 시민사회 진영의 건강한 질책에 귀를 열되, 항상 균형감각을 잃지 않겠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저를 성원해 주신 분들, 특히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지만 저의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 하셨던 수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 눈 팔지 않고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이 일에 제 삶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삶이 하루하루 더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 7. 1.

전라북도교육감 김 승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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