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매체와 커뮤니케이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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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매체와 커뮤니케이션(1)
  • 허성배
  • 승인 2016.10.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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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논설위원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신체 및 감각기관의 기능을 확정하는 것은 모두 미디어 즉 매체(媒體)이며 이 매체 자체가 그것이 전하는 내용보다 중요하다. 매체는 그 내용이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그 매체의 출현으로부터 이미 인간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이 나온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 세계와 같을 수 없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하나의 매체 발달사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류사는 인간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나 기술 즉 매체의 발달 사이다. 각 시대를 지배했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인류 역사를 다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단계는 구두(口頭) 커뮤니케이션에만 의존했던 원시 부족 시대이다. 이들은 구전(口傳 )으로 의사소통했기에 이 시대의 인간은 시각. 청각·후각 등의 오감(五感)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수감각 형이었다.
둘째 단계는 약 2천 년 전 한자(漢字)와 “알파벳”의 발생 이후부터 시작된 문자 또는 필 사(筆寫)시대다. 이때부터 시각적 인간이 형성되었으나 문자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수가 극히 적었으므로 여전히 복수감각형 인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셋째 단계는 15세기에 구텐베르크(Gutenberg. Johannes)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부터 전파 매체가 등장하기까지의 약 4세기간의 시대로 사람들은 인쇄물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의존하게 되니 시각을 주로 쓰는 부분감각형 인간이 되었다. 사람들의 사고는 인쇄물을 죽 읽어나가는 선형(線型) 내지 연속적 패턴을 띠게 되었으며 인쇄 매체의 발달을 개인주의와 민족주의 경향을 촉진하였다.
넷째 단계는 21세기 전파 매체 시대이다. 전파 매체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었고 인류는 과거의 구전 문화(口傳文化)시대로 복귀하여 복수감각형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인류는 전파 매체를 통해 누구나 소통을 하는 상태에 놓여 인간 감각 확장의 최종 국면을 맞고 있다. 텔레비전·라디오·전화·전신·휴대폰·인터넷·스마트폰 등 여러 전파 매체가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는 데도 이제 4차원 시대 까지 도래했으니 인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복수 감각적으로 얽혀 살게 되는 “지구촌 세계 시민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매체는 IT와 쿨 미디어·인쇄물, 영화 등 핫 미디어로 양분할 수 있다. 쿨 미디어란 그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 도(精細度)가 낮아서 수용자의 높은 참가 도를 요구하는 매체이고 반대로 “핫 미디어” 는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도가 높아서 수용자의 낮은 참가도를 요구하는 매체다. 여기서 정세도란 메시지의 충실도를 의미하며 참가도란 수용자가 메시지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투입 정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핫 미디어인 책은 논리 정연하게 쓰여 그저 읽기만 해도 내용을 다 흡수할 수 있기에 독서하는 사람은 수동적이 되지만 쿨 미디어인 TV 화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명멸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감각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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