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10대 '성(性)해방구'로 전락?
상태바
피서지, 10대 '성(性)해방구'로 전락?
  • 투데이안
  • 승인 2010.08.16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좋고 여자는 어릴수록 좋아요"

해수욕장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일몰은 곧 피서객들 간의 불꽃 튀는 '즉석 만남'의 시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해수욕장 헌팅(즉석만남)의 불문율이라며 낯 뜨거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는 짙은 화장과 과한 노출로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앳된 얼굴의 10대 소녀였다.

그녀 외에도 해변 곳곳에 3∼5명씩 무리지어 있는 10대 소녀들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바닷가 근처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횟집 사이에서 삐딱하게 서있는 소녀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당당하게 자신을 18살이라 밝힌 양모양(18·속초시)은 "아까 헌팅당한 오빠들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돌았는데 괜찮은 애들이 없어 제일 처음 번호 받았던 오빠들한테 연락했다"며 "아무래도 그 오빠들은 돈이 없어 보여서 횟집보다는 숙소 가서 마셔야 할 것 같다"고 아쉬운 듯 말했다.

숙소란 말에 기자가 깜짝 놀라 되물으니 "해변은 덥고 끈적거려서 헌팅 끝나고 대충 마음 맞으면 남자들 숙소 들어가서 마신다. 어차피 다 외지 사람이라서 근처에 숙소 잡아 놓아서 아침까지 마시고 놀기에는 그게 더 편하다"고 대답했다.

숙박업소에서 미성년자 남녀 혼숙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근처 리조트나 민박 카운터에 사람이 있기는 한데 제재를 가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나마도 12시(자정)가 넘으면 카운터에 사람도 없다"며 "남자들 숙소에 가면서 제재를 받아보기는 커녕 술이 모자를 때는 주문해서 올려 받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곧 양모양의 '오빠'란 사람들이 왔다. 17살, 18살이라 밝힌 양모양 일행보다 적어도 열 살은 많아 보이는 남자 5명이 양모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양모양의 예상대로 그들은 곧 해변 바로 근처에 위치한 남자들의 숙소로 향했다. 불과 만난 지 5분 만이었다.

언뜻 삼촌과 조카로도 보이는 그 안 어울리는 일행들은 기자의 눈앞에서 10분 만에 사라졌다.

해변으로 들어서자 그들보다 더 안 어울리는 이상야릇한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둥글게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어린 소녀들과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들. 한편에서 주변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과감히 스킨십을 즐기는 남녀.

밤바다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있음에도 어린 소녀나 소녀 옆에 누워 스킨십을 즐기는 남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5살 짜리 아들과 밤바다를 찾은 최모씨(38)는 "바닷가니깐 가벼운 옷차림은 그렇다 하더라도 무슨 자기 집 안방인 마냥 스킨십을 하는데 보기 불편하다"며 "더구나 나랑 비슷한 또래 남자들이랑 저러고 있는 애들을 보면 딸 키우기 겁난다"고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 커플들의 행각은 근처 해변을 순찰하는 경찰이 지나가는 가운데서도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게 성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10대 여학생들을 가리키며 "저기 있는 애들 미성년자인 것 같은데 단속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경찰은 "미성년자라고 확신하느냐.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가뜩이나 인력이 없는 거 안보이냐"고 짧게 대답하고 가버렸다.

해변에서의 지나친 스킨십에 대해 해수욕장을 찾은 함모씨(28)에게 물으니 "해변에선 덥고 사람이 많으니깐 스킨십 해봤자 그냥 간단하게 키스랑 애무 정도이다"며 "진짜는 숙소나 모텔로 가야 재밌다"고 답했다.

앞선 양모양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얼마간 술을 마시다 해변에 그대로 빈 술병과 과자 부스러기를 남겨둔 채 근처 모텔로 향했다.

실상 모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해수욕장 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들의 즉석만남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해변에서 즉석만남을 즐기는 이유는 각각 달랐다.

해변에서 만난 오모양(17)은 "피서객들에게 공짜 술도 얻어 마시고 하룻밤 스트레스 쌓인 것도 풀고 재밌게 놀 수 있어서 나온다"며 "하루 잘 놀고 나면 또 연락하라고 용돈을 주는 오빠들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모양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자칫 성매매나 제 2차 성폭행, 성추행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정모씨(25)는 "일인당 20만 원 선이면 여자들이랑 실컷 놀고 즐길 거 다 즐기고도 돈이 남는다. 웬만한 클럽이나 나이트보다 여기가 낫다"며 "매년 속초해수욕장이나 경포대를 찾고 있고 그 때마다 즐겁게 놀고 간다"고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하는 그의 목적은 이미 바다가 아니었다. 같은 성인으로서 10대 소녀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의 부끄러운 대답이었다.

이렇듯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여름철 휴가문화는 점점 탈선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또 이것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성문화가 불러들인 사회적 현실이다"며 "이러한 문화들은 곧 청소년들을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할 뿐 아니라 성범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