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폐지 음서제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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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 폐지 음서제도 부활?
  • 투데이안
  • 승인 2010.08.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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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고요? 지금은 개천을 콘크리트 칠해서 막고 있는 겁니다."

2015년부터 5급 공무원 채용 인원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특채하겠다는 정부의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A씨(31·강원 춘천시 근화동)는 필기시험을 배제한 채 선발하는 특채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해당분야의 '전문성', '공직자로서의 적합성'을 검정해 선발한다는 정부의 공무원 채용 계획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데 있다.

A씨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공무원이 될 수 있던 현행 시험이 폐지된다면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은 자연히 공직진출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서울에서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한 B씨(31·강원 홍천군 홍천읍)는 "학과 동료 중 고위 외교관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었다"면서 "채용제도가 정부 안대로 변경되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외국 경험을 많이 한 그런 친구만이 외무 공무원에 채용될 것"이라고 정부 안에 대해서 회의를 나타냈다.

실제로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고위 관료의 자식들을 과거시험 없이 관리로 등용한 고려시대 '음서제'의 빗대어 "고시가 폐지되고 음서제가 부활했다"는 의견을 내놓은 누리꾼도 있었다.

각종 자원봉사 활동, 연구·저술 실적, 특허 출원 실적 등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우대해 선발할 계획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자신의 출신 배경이나 금전적인 문제로 전문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차별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정부여당에서도 제기됐다. 18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의원은 "해외학위취득자, 변호사, 변리사 등 일부 전문 직종의 공직 독점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개인적인 스펙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 출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저소득 출신의 공직 진출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원대 법대 박종찬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계발을 한다면 공직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공부가 아니라 풍부한 끼와 인성, 자기만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면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다 할지라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께 관련 공청회를 열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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