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신한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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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신한맨'의 눈물
  • 투데이안
  • 승인 2010.09.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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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9시5분 김포공항.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홀로 입국장을 빠져 나왔다. 금융가에서 '라·이-신 결투'라고 까지 불린 험난한 일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참었이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국 게이트에서 미리 대기해 놓은 차까지는 10여m. 수 많은 취재진들의 질문 세례를 뒤로한 채 신 사장의 차가 황급히 빗속을 뚫고 사라졌다.

'고립무원'이라는 사자성어가 요즘 신 사장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자신이 수십년간 몸 담았던 은행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도 모자라 사장자리에서도 물러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도와 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함께 고소를 당한 임원들도 "신 사장의 결정에 따르겠다"고만 할 뿐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 사장의 이 같은 처지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한 진위여부를 떠나 '평생 몸담은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같은 처지의 금융인들에게 공분을 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 사장이 쌓아 온 이미지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신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한 뒤 30년 가까이 '신한맨'으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는 항상 '덕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특유의 포용력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이 잘못을 했더라도 절대 큰 소리로 질책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오사카 근무시절에는 폭력조직인 야쿠자와 맞서 연체 채권을 받아내는 등 배짱도 지녔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신한 관계자는 "신 사장은 조용히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스타일"이라며 "직원들의 경조사까지 꼼꼼히 챙기는 세심함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곧잘 따른다"고 말했다.

기자는 신 사장에게 이처럼 오랫동안 조직을 위해 일했는데 왜 주변에 돕는 사람 하나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쓴웃음만 지었다. 본인 역시 최근 수없이 자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한금융지주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한다. 신한금융 후계구도를 둘러싼 헤게모니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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