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통합' 매듭? …소비자·업계는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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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통합' 매듭? …소비자·업계는 불만
  • 투데이안
  • 승인 2010.09.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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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통신업계의 최대 쟁점이었던 '010번호통합 정책'이 일단락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사업자 2G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점을 번호통합 시점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의 010번호통합 정책을 의결했다. 이에따라 SK텔레콤의 2G망 철거를 마지막으로 이제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전화 식별번호가 모두 010으로 통일된다.

정부가 내놓은 통합정책을 살펴보면, 01X 가입자도 3년 후 010으로 번호로 바꾸겠다고 약속만 하면 스마트폰 등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현재 가입한 통신사 외 타사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고 01X 번호표시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정책이 발표되자 관련 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즉각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방통위는 가입자들과 사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특정 사업자를 지나치게 배려해 정책 본연의 취지가 변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번호를 변경한 가입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는 정책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 이통사별 이해관계 엇갈려

우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LG U+) KT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정책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번호정책이 KT를 지나치게 배려한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며, KT는 01X 가입자의 타사 3G 가입을 금지한 것은 반쪽짜리 칸막이 정책이라는 불만이다. LG U+도 01X의 3G 허용은 번호 정책의 일관성이나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또 다른 불만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정부의 결정은 010 번호통합 정책의 일관성, 이용자 편익 차원에서 기본 원칙이 그대로 유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01X 번호를 허용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부의 01X 번호 허용은 그동안 불편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사용하던 번호를 010으로 바꾼 소비자에게 불편과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는 010 번호통합 정책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텔레콤은 "KT의 2G 서비스 종료를 계기로 KT에 유리한 010 번호통합정책이 마련됐고 이로 인해 번호정책이 매우 복잡해져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며 "이번 정책이 사업자들의 편법 마케팅으로 활용돼 시장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내년 6월 2G망을 종료를 앞두고 있는 KT는 이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연간 1500억원 정도의 망 운영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물론, 가장 먼저 2G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점에서 2014년 이후 01X 번호를 고집하는 가입자를 타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지만 KT의 01X 가입자는 80만명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가 크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방통위가 그동안 KT가 주장해온 01X 번호표시제도 허용했다는 점도 이번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KT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KT의 입장은 다르다. 타사 이동이 금지되면 011 가입자의 80% 가량을 확보한 SK텔레콤이 오히려 수혜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KT는 "이용자 편익과 통신산업 발전을 전제로 한 정책방향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사업자 선택권 제한 등에서 소비자의 불편이 예상되는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타사 3G로의 번호이동을 금지한 것은 과도한 마케팅 경쟁 방지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서비스나 요금이 아닌 '번호' 때문에 가입자가 이동하는 것은 공정경쟁 환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이미 번호 바꾼 사람들은? 앞으로 소비자들 보호책은 어떻게 ?

방통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번호통합의 이점을 살리면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따라 01X번호를 포기한 소비자 4179만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불만을 살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놓고 갈팡지팡하다 결국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소비자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정책에 오히려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01X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일단 정책부터 발표하고 나선 것도 소비자를 등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미리 보상대책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이미 전환한 가입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보상대책은 종료 시점에 결정할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YMCA관계자는 "이미 남아있는 800만명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고가의 휴대폰이나 보조금 등 수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번호를 유지해온 것"이라며 "오랜 기간동안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켜온 소비자들의 1차적인 목적이 기존 번호 유지인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국장은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행정지도뿐만 아니라 모든 행정이행 자체가 이용자보호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정책에 따라 가입자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되고 사업자들은 이용자보호대책과 2G망 철거에 따른 대책을 당연히 할 것이다. 정부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이미 번호를 바꾼 사람 뿐 아니라 바꿀 이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지,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아니다"며 "역차별 문제가 나올 수는 있지만 이것은 기술이 발전되고 상황이 발전되면서 정부가 거기에 맞게 적정한 정책을 수립하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2G망 종료 시점이 앞으로 7~8년이 남은 만큼 앞으로 이 정책이 과연 실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노 국장은 "일단 정책을 결정해 놓고 준비를 하도록 한 것"이라 "사업자가 내년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철거한다거나 하는 일은 현재로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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