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뿐인 자율고 판결, 교육주체는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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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뿐인 자율고 판결, 교육주체는 한숨만
  • 투데이안
  • 승인 2010.11.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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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가운데 유일하게 지정 취소되면서 초미의 관심이 된 전북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율고로서 학사일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의 자율고 지정 취소로 인해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은 전례없던 혼란과 걱정을 수 개월 동안 해야 했다.

우선 학교 측은 자율고 지정 후 학사 일정을 추진하다 뜻하지 않은 취소 결정에 부딪혀 소송 등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학교법인 남성학원과 광동학원은 이번 취소 소송에 5000여만원을 투입해야 했고, 수 개월 동안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데 적지 않은 행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자율고 지정 후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의 힘을 응집시켜야 했던 학교 측 입장에서 수업 연구 보다는 '분위기 파악'에 나서야 했던 교사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학교 측은 자율고가 법리 논쟁에 휘말리면서 신입생 모집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앙고에서는 신입생 모집 결과 70여명이 미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국의 자율고 중에서 신입생 모집 결과 미달 사태가 발생한 곳은 중앙고 한 곳 뿐이다.

중앙고에 비해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남성고 역시 기대 이하의 지원으로 평균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중앙고는 이같은 상황이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에 따른 결과로 보고,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성구 중앙고 교장은 "전북교육청의 자율고 지정 취소 후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 지원율이 떨어졌고, 학교는 필요 없는 곳에 수많은 돈과 힘을 낭비해야 했다"며 "이사회를 통해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상범 남성고 교감은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조성해 지원 희망자는 지원을 하지 못하고, 학교 측에서는 받고 싶은 학생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교육력을 결집해 공교육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데 법리적 논쟁에 휘말리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했다"며 그간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편안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자율고 논쟁이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자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율고 입학을 애초부터 포기했다.

또 일부에서는 반 자율고 정서가 일어나면서 해당 학교 지원 대신 일반고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자율고에 지원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전북교육청의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 방침에 불안한 등굣길을 이어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남성고에 자녀의 지원서를 접수한 학부모 김영란씨는 "남성고에 입학 원서를 접수할 때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아이도 '원서를 넣었다 자율고가 취소되면 어떻게 하냐'고 불안해했지만, 법원에서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해 지원을 하게 됐다"며 혼란했던 시간을 되돌아 봤다.

하지만 김씨는 "1심 판결 후에도 교육청에서 법적으로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걱정이 많이 된다"며 "혹시라도 판결이 바뀐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논란 속에 상처뿐인 승리를 거둔 해당 학교와 자율고에 입학 원서를 접수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한숨은 당분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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