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와 새끼, 내리사랑과 치사랑…'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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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와 새끼, 내리사랑과 치사랑…'심장이 뛴다'
  • 투데이안
  • 승인 2010.12.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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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가정에서 교양있고 품위있게 살아온 영어유치원 원장 연희(김윤진)는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딸 때문에 애가 탄다. 아이의 수술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모정 가득한 어미는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연희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양아치’ 아들인 휘도(박해일)는 뇌사상태가 된 어미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자신을 버리고 잘 살 줄 알았던 어미는 알고보니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식물인간 상태였다.

영화 ‘심장이 뛴다’는 각자 다른 세계에 살던,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았던 두 남녀가 자기 가족의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심장’을 놓고 긴박하게 맞대결하는 모습을 담은 액션 감동 드라마다.

김윤진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답답하기만 한 캐릭터라고 소개한 것과 달리 연희는 충분히 무식하고 과격하다. 많은 ‘짓’을 저지른다. 연희는 전작들과는 다른 어미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 또 다른 캐릭터를 생산해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느낌이 ‘전투적’일 때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쉽다. 광적으로 변하는 그녀는 섬뜩하지만, 그녀가 흘리는 눈물에 쉽게 동요될 수는 없다.

평소 어미 속을 썩이던 휘도는 식물인간이 된 어미에 대한 애정이 솟고, 마지막으로 어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어미의 심장을 연희의 딸에게 쉽게 건넬 수 없다는 설정은 인지상정이지만, 돌연 변하는 휘도가 가슴 깊게 와닿지 않는다.

두 사람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대결은 볼거리다. 연희가 휘도의 어머니를 몰래 데려와 딸을 수술시키려 하고, 이에 격분한 휘도도 연희의 딸을 납치하는 등 끝없는 대치 설정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스릴러와 액션을 에둘러 결국 가족 감동드라마를 표현하려한 감독의 용기를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한 듯 해 아쉽다. 완전히 딴판일 것 같던 남녀가 어느 순간 맞닿아 서로를 이해하고 동화하는 모습이 오묘한 기운을 풍기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연희와 휘도의 대결만으로 극이 지루하고 밋밋해질 즈음, 불법 장기매매 브로커(김상호)와 휘도의 어머니를 등쳐먹는 남자(주진모), 연희의 딸(박하영) 등이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여 보는 맛을 더한다.

자식을 향한 어미의 사랑과 어미를 향한 자식의 사랑 가운데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은 작다고 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힘 없이 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다.

가족 관계에서 어미와 자식을 다시 한 번 생각케 만드는 영화다. 영화 ‘순정만화’(2008) 등을 쓴 윤재근 감독의 데뷔작이다. 2011년 1월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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