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이 성폭력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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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이 성폭력을 부추긴다
  • 투데이안
  • 승인 2010.12.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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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성폭력도 ‘시크릿 가든’이니까, 현빈(28)이므로 용서가 된다?

시청률 30%를 눈앞에 두고 있는 SBS TV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심각한 성폭력 장면을 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귀에 쏙쏙 꽂히는 대사로 포장,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제13회에서 액션스쿨 MT를 따라간 김주원(현빈)은 허리 부상을 핑계로 길라임(하지원)과 단 둘이 리조트에 남게 된다. 밤이 되자 주원은 당연한 듯 베개를 들고 라임이 있는 침실로 향한다.

주원이 “나 이 방에서 잘거야”라고 하자 라임은 “뭐?’라며 놀란다. 주원은 “원래 사람은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어야 친해지는 거야”라고 했다. 라임은 “너 정말 미쳤어?”라고 화를 낸다. 하지만 주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딴 건 다 뻔하고 상투적인 여자가 이럴 땐 왜 참신한 척이야?”라고 반문하며 “섬에 가면 배끊기고, 호텔 가면 마지막(하나 남은) 방이고…”라며 같이 잘 것을 요구한다.

라임은 베개를 던지며 “너 여기서 자, 내가 나간다”며 나가는 척 하더니 주원을 내쫓고 문을 걸어 잠근다. 방에서 쫓겨난 주원은 볼펜과 클립을 이용해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실패한 주원은 계략을 꾸민다.

주원은 “그래 안 연다 이거지, 문 꼭 잠그고 자라. 내가 언제 쳐들어갈지 모르니…”라는 말을 남긴 채 포기하고 2층으로 올려가는 시늉을 하더니 무술감독 임종석(이필립)이 돌아온 것처럼 쇼를 한다. 라임이 속아서 문을 열자 주원은 라임을 끌고 들어가 침대에 쓰러뜨려 눕힌다. 그리고 “자자 졸려”하며 옆에 눕는다.

라임은 일어나려 하면서 같이 자는 것을 계속 거부한다. 그러자 주원은 다리를 들어 라임의 몸을 감싸 라임을 가랑이 사이에 완전히 집어넣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어 주원은 라임의 등 뒤로 팔을 둘러 끌어 안는다.

라임은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야 놓으라고” 등 거부 의사를 밝히며 계속 빠져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주원은 자는 척만 할 뿐 놓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하게 끌어 안는다.

라임은 “좋아 기회를 줄게. 셋 셀 동안 내 몸에서 떨어져. 그럼 상해는 면치 못하겠지만 죽음의 문턱까지는 안 보낼게”라고 달래면서 주원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라임의 얼굴에는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주원은 놓아주기는 커녕 라임을 좀 더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다.

힘으로 안 되자 라임은 “여기서 그만두면 아무 죄도 안 물을게. 맹세해. 진짜 안 때릴게”라고 회유하면서도 주원을 밀어내려고 애쓴다. 주원은 되레 “계속 쫑알거리면 확 덮친다”고 잘라 말한다.

라임은 지쳐서인지, 주원의 위협 때문인지 저항을 멈춘다. 거부 의사도 더 이상 없다. 순간 감미로운 배경음악이 흐르고 잠든 주원의 품에 안긴 라임은 주원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본다. 눈을 뜬 주원은 품에 안은 라임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을 읊조리며 잠을 청한다.

물론, 앞 야외 신에서 라임의 독백을 통해 주원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음이 암시되기는 했다. 또 이미 두 사람의 영혼 체인지 상황이나 거품 키스 등을 통해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 그렇지만 라임이 주원에게 마음을 허락한 적은 없다.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행동은 이미 18일 제11회에도 나왔다.

라임은 주원이 임종수 감독(이필립)과 자기 사이에 끼어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주원에게 달려와 따지며 화낸다.

주원이 라임에게 “당신 감독 좋아해?”라고 묻자 라임은 “어, 좋아해. 그쪽 덕분에 감독님 마음도 알았으니 이제부터 남자로 좋아해 보려고”라고 답하고 매몰차게 돌아선다. 질투의 화신이 돼 라임을 뒤쫓아간 주원은 라임을 돌려 세운 뒤 키스를 퍼붓는다. 이어 “이제 자격 생겼지”라며 “경고하는데 다신 딴 놈 때문에 나한테 성질 내지마. 딴 놈 때문에 아프다는 말도 하지 말고, 두 번 다시 딴 놈 때문에 나 찾아오지도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키스 역시 라임이 주원을 밀치면서 거부하는 가운데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성폭력에 버금가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거부감은 의외로 적다. 안티 시청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드라마의 인기가 높고, 현빈이 연기하는 주원의 캐릭터가 멋지며, 주원과 라임이 티격태격하며 펼쳐가는 사랑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 작가 김은숙씨가 라임의 마음이 주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주원은 모르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여러 번 보여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성폭력 예방 활동가들의 시선은 상당히 불편하다. 이들은 시청자들과 달리 주원이 라임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임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폭풍키스’, 거부하는 라임을 완력으로 억눌러 끌어안고 동침하는 것이 러브라인의 전개로 미화되는 것을 지적한다. 또 “확 덮쳐버린다”로 대표되는 주원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말투와 행동들이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친구 임아영(유인나)의 남자친구인 김 비서를 자를 것이라고 겁을 주면서 계속 만날 것을 강요하는 것 역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라임이 계속 거부 의사를 밝히다가 이내 주원의 행동들을 받아들이는 장면도 문제 삼는다. 가뜩이나 여성의 거부 의사를 “안 돼요…돼요…돼요…돼요”라고 여기며, 여성의 거부를 ‘내숭’으로 여기며,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많은 남성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더욱 강하게 심어줄 것 같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김두나씨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보면서 성추행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서슴없이 방송되는 것을 보며 놀랐다”며 “데이트 성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확 덮쳐버린다’는 말은 강간 협박처럼 들리고, 라임의 의사에 반하는 주원의 행동들은 구애가 아닌 성추행에 지나지 않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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