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 9000여 직원과 가족 방위비 협상 피해자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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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인 9000여 직원과 가족 방위비 협상 피해자 돼선 안된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2.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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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올해 적용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늦어져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에 부딪혔다.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인 근로자(9,000여 명)들에게 4월 1일부터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 법 규정에 따라 급료를 줄 수 없고 이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긴 하다.
하지만 2월 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양국이 막판 준비를 하는 시점에 나온 조치여서 미국 입장에서는 의도했든 아니든 한국을 향해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이런 내막 때문에 미국 측이 결과적으로 한국인 근로자를 협상의 ‘볼모’로 활용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협상 타결 지연의 책임은 통상 쌍방에 모두 있겠지만, 미국 측이 애초 5배 인상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터여서 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을 사전 예고하는 행위가 떳떳해 보이진 않는다.
한미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설 전인 지난달 14~15일 열어 공감대를 넓히긴 했으나 타결에 이르진 못했다.
미국은 SMA에 포함되지 않아 온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이나 역외훈련 비용도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SMA 틀 외에서도 이미 많은 기여를 한다며 ‘SMA 틀 내 협상’을 고수하는 등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도한 청구’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양국은 분담금을 소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아가는 기류지만, 한국 입장에서 낙관은 쉽지 않다.
최대 난관은 틈날 때마다 ‘대폭 증액’을 호언장담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방위비 대폭 증액을 재선을 겨냥한 주요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 하기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다. 2018년 말 10차 SMA 협상 때도 협상단 차원에선 거의 합의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협상 원점으로 돌아간 전례가 있다.
결국 작년 2월 10일에야 8.2% 인상으로 협상이 마무리 됐지만, 유효기간 1년짜리란 부담을 떠안는 결과가 초래된 바 있다.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서라도 협상 타결이 시급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폭 증액 요구를 비판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또 나왔다.
민주당의 외교·군사 분야 중진 상원의원들은 지난달 28일 국무·국방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협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의 협상 태도 변화와 공평하고 호혜적인 분담금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 국방성이 지난해 합의를 공평하고 호혜적이라고 평가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8.2% 인상을 공평하다고 하더니 1년 만에 무려 5배 증액을 요구했다고 지적한 셈이다. 미 하원 군사위에서도 방위비 증액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고 한다.
상원의원들의 언급대로 분담금은 동맹국 모두에 전략적 이익을 주는 호혜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더 보는 구조가 아니다. 미 행정부의 과도한 요구는 반미 감정은 물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주장까지 고개를 들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호혜의 원칙에 근거해 합리적 수준으로 방위비 협상을 시급히 마무리해 현재 미군기지에서 근무자 9,000여 명(가족까지 합하면 약 4만여 명)이 휴직할 경우 이들의 생계 문제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양국 동맹이 서로 양보해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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