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 전 청와대 오찬 회동, 시의적절한 협치의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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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전 청와대 오찬 회동, 시의적절한 협치의 시발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6.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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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사령탑을 초청해 오찬 회동을 했다.

제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을 계기로 대화의 테이블이 치러진 자체가 우선 환영할 일이다.

총선 결과로 의회 권력이 양당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정의당, 열린 민주당, 국민의당 등 소수당이 이번엔 참석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현실적인 원내의 역학관계를 따진다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주제가 분산되지 않고 좀 더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약속했듯이 허심탄회하고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생산적인 협치를 기대한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날짜로 헤아리면 무려 566일 만이다. 그 기간에 청와대와 국회의 여야 수뇌부 간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확보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이른바 ‘조국 정국’을 지나면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탓이 컸을 것이다. 양보와 타협보다는 대치와 격돌의 극한 정치가 낳은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총선을 통해 민심의 소재가 확인됐고, 그런 민의를 의석수를 통해 반영한 21대 국회가 문을 열게 된다. 엄청나게 몸집이 커진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쪼그라든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김태년·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동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발 팬더믹의 여파로 우리나라가 미증유의 경제난에 직면해 있어 초당적이고 총력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신경전 없이 깔끔하게 회동이 성사된 것도 평가할만하다. 이번 회동의 주제는 고용·산업 위기 대응과 국정 전반에 관한 대화의 초점이 경제 회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여야의 협치 제도화 부분이다.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협치의 제도화가 그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등이 가동되자마자 흐지부지됐던 전례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상설 협치 창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여야관계가 좋을 때만 모이는 협의체나 기구가 아니라, 갈등과 반목이 있을 때도 이를 대승적 견지에서 녹여낼 수 있는 용광로 같은 기구 출범이 필요하다. 한 달에 한 번이든, 분기 또는 6개월에 한 번이든 구체적인 정례화 일정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못 박아놓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177석의 슈퍼여당 민주당은 겸손함을 보여주고, 통합당은 ‘몽니’의 우려를 제거할 용의를 보여준다면 협치의 기본조건은 금세 충족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가서 개원 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 그리고 연설 도중에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협치를 향한 희망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원 직전 청와대 회동이 의미 있는 협치의 시작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석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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