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교사 죽게 한 학생인권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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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교사 죽게 한 학생인권교육센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7.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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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를 비롯한 80여 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전북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고(故) 송경진 교사의 공무상 순직 인정 판결에 대해 “인사혁신처가 항소에 우호적이다”는 거짓 발언을 하는 등 사자명예 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김승환 교육감 사퇴를 촉구했다.

송 교사의 유족을 포함한 이들 단체는 김승환 교육감의 즉각 사퇴와 함께 법원의 순직 인정 판결 즉각 수용, 학생인권옹호관 철폐 등을 촉구했다.

미망인 강하정씨는 기자회견에서 “3년간 지옥이었으며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기분으로 살았다. 제 남편이 이미 죽음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교육청이 다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까지 죽이려 하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유족들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부지급 처분취소소송’에서 “업무 수행 과정중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송 교사의 공무상 사망(순직)을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은 죄책감이나 징계의 두려움 등 비위행위에서 직접 유래했다기보다는 수업 지도를 위해 한 행동이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은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되고, 더는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내사 종결과 아귀가 맞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 판결에 대해 김 교육감은 송 교사 죽음 및 유족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커녕 항소 운운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일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3년 전 송 교사가 유명을 달리 했을 때 밝혔던 “기존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인간적인 아픔과 법적인 책임은 구별돼야 한다”며 인사혁신처가 “항소할 경우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김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에 교육단체 규탄 성명이 이어졌는데, 정작 인사혁신처는 “유족의 손을 들어준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내부 전문가 등이 논의한 결과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송 교사의 순직이 확정된 것이다. 유족들은 전북교육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 8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강하정씨 등 2명의 유족이 전라북도(김승환 교육감)와 당시 염규홍 학생인권센터장을 상대로 낸 4억 4,000여만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측은 “피고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불법적으로 조사를 해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됐고 이를 통해 물질,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생존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급여 부분까지 포함한 금액을 피해보상액으로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은 “적법한 조사과정이었고, 원고들에게 피해보상액을 지급할 이유나 책임이 없다”고 반박하며 “향후 재판 진행시 원고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따라 이를 반박하고 증명할 만한 자료들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고인의 사망과 교육청의 업무처리 과정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도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부에 사전 제출한 답변서에는 송 교사 순직 인정에 따른 피고들의 유감이나 사과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인간적인 아픔과 법적인 책임은 구별돼야 한다”면서도 ‘인간적인 아픔’마저 외면해버린 것이다. 이런 처신은 사람 사는 일반 상식에 비춰볼 때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다.

수사받던 피의자라 하더라도 숨질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실상 끝내는 법적 처리과정을 생각해봐도 역시 납득이 안 된다. 송 교사는 수사 피의자도 아니다. 경찰 수사에서 내사 종결 처분을 받은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직권조사 대상자였을 뿐이다.

3년 전 송 교사 죽음에 대해 사과가 없었더라도 그의 순직이 확정된 지금은 그래선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버전대로 말하면 경찰의 내사 종결을 따랐으면 될 일을 직권조사랍시고 벌여 애먼 교사를 죽게 한 학생인권교육센터가 된 셈이어서다. 검찰 같은 수사기관도 아니면서 왜 경찰의 내사 종결에 따르지 않고 조사를 계속 벌였는지, 법으로 가려지게된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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