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없는 소녀’ 비비, 한국언론 첫 인터뷰… “아프간여성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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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없는 소녀’ 비비, 한국언론 첫 인터뷰… “아프간여성 도와주세요”
  • 투데이안
  • 승인 2011.02.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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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베풀어준 한국인들께 감사드려요. 불쌍한 아프간 여성들을 도와주세요.”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모델로 등장해 충격을 던져준 아프간의 ‘코없는 소녀’ 비비 아이샤(19)가 글로벌 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비비가 뉴욕에서 세계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비가 표지모델로 나온 타임지의 사진은 최근 세계보도사진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비비는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직 복원수술을 받지 않았다. 외출 시에는 인조 코를 붙이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를 보호하는 아프간여성쉼터 측은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비비가 마음의 결정을 아직 못하고 있지만 곧 수술 날짜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는 열세살의 나이에 부모에 의해 탈레반에 팔려가 강제결혼한 후 모진 학대에 못이겨 탈출했다가 붙잡혀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의해 코와 귀가 잘리는 만행을 당했다.

이후 미군에 의해 발견돼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여름 타임 표지 모델로 소개된 후 미국에 입국, 뉴욕의 아프간여성쉼터(Women fo Afghan Women)의 보호를 받고 있다. 비비와 한인사회의 인연은 뉴욕장로교회가 지난해 12월 크리스찬 영화제를 열면서 아프간여성단체 인사들을 초대, 핍박받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기금을 전달하면서 맺어졌다.

비비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아프간여성쉼터의 나히드 바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인터뷰를 약속, 최근 아프간여성쉼터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엔 크리스찬 영화제에서 ‘내 기억 속의 멜로디(Melody of My Memory 감독 최계영)’라는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김성아씨와 뉴욕장로교회 청년부 권미혜씨가 동행했다. 김성아씨는 당시 여우주연상 상금을 즉석에서 기금으로 전달, 아프간 여성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김성아씨는 “출연한 영화에서 장애인역을 맡았는데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다큐 필름을 보면 모진 학대로 자살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불구가 되는 아프간 여성들이 너무나 많더라. 어린 나이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당한 비비를 꼭 만나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아프간 여성쉼터에 도착하자 나히드 코디네이터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어 비비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를 떠올리며 나타났다. 비비는 코복원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직도 끔찍한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히드는 “비비가 당시 사건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아직 심리적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 본인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비비는 당초 캘리포니아 그로스먼 재단병원의 화상센터 의료진으로부터 성형수술을 받는 것으로 BBC가 보도했으나 이런 이유 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이날 아프간 여성쉼터에는 스탭들을 포함, 15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나히드는 한국의 미디어인 뉴스로를 통해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비비는 끔찍한 학대의 충격에도 발랄한 소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히드는 비비가 19살이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자기 나이보다 어린 행동을 한다고 귀띔했다.

이날 쉼터에서는 미리 준비해 간 ‘내 기억 속의 멜로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성아씨가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하면 나히드가 아프간 말로 통역하는 식으로 소개됐다.

김성아씨는 “부끄럽게도 난 한번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힘든 삶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나이가 서너배나 많은 남자와 강제결혼하고 구타를 당하고, 분신자살을 기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영화로나마 따뜻한 메시지를 아프간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고 인사말을 했다.

김성아씨는 비비의 손을 꼭 잡고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속에서 장애인인 주인공에게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올 때 비비는 과거의 악몽이 떠오른듯 화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김성아씨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자 가볍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비비는 요즘 영어 공부에 한창이다. 이제 A, B, C를 배우고 아주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구사했지만 시종 구김살 없는 표정과 따뜻한 미소로 낯선 이방인들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비비는 “저희들을 위해 한국분들이 친절을 베풀어줘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싶다”며 한국민에게 보내는 인사말을 써주기도 했다.

영화 감상 후 아프간쉼터측이 마련한 식사를 함께 했다. 아프간 여성들이 직접 만든 전통 음식과 다과가 제공됐다. 나히드는 식사하는 동안 컴퓨터로 유투브를 연결. 아프간의 유명한 음악을 들려주는 등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비비는 굉장히 씩씩했다. 나히드 코디네이터가 식사시간에 아프간 전통음악을 유투브를 통해 틀어주자 중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바꾸면서 어깨도 실룩실룩거리며 흥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비비 옆에 앉은 김성아씨가 “춤을 잘 추냐”고 묻자 눈을 마주치면서 귀여운 미소를 살짝 지었다. 비비의 다소 튀는 행동에 나히드 코디네이터는 얼굴을 찡그리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

비비와의 사진도 처음엔 나히드 코디네이터가 난색을 표했으나 비비는 “괜찮아요(It's O.K)”하면서 자청해서 찍어주었다. 김성아씨와 동행한 권미혜씨와도 다정한 포즈로 번갈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김성아씨는 “비비가 저와 껴안을 때도 너무 좋아하고 작은 블록장난감을 선물해 주었는데 아이처럼 좋아했다. 기분이 많이 좋아보여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서 비비에게 한국말로 ‘맛있어요’라는 말도 가르쳐 줬다. 그랬더니 나를 빤히 보며 웃더라”면서 “천진난만한 소녀같은 비비와 제 영화도 보고 식사를 같이 하게 돼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성아씨는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을 직접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만일 내가 비비와 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자살 충동까지도 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표정이 너무 밝아서 더 가슴이 짠해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성아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프간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됐다. 이분들을 돕기 위해 우리 한인사회는 물론, 본국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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