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현 법무부 법사랑위원 전주연합회 청소년보호분과 위원
시청률이 오르고 인기를 끌다 보면 원래의 프로그램 종영 계획을 바꿔 연장 방송을 하고 싶은 것이 방송사와 PD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허나 그 연장 방송이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허탈감과 상실감을 자아내고 분노지수만 상승시킨다면 차라리 아니 하는 것만 못하리라.
예정대로라면 제작진이 공언했던 것처럼 ‘교도소 인질 구출 연합 작전 미션’에서 승리한 육군 연합팀(특전사+707)은 결승전으로 올라가고 해군 연합팀(UDT+SSU)은 동반탈락이 되어야 함에도 느닷없이 데스매치를 하여 UDT를 잔류시켰다. 게다가 서바이벌에서 탈락했던 기존 두 팀(해병대수색대, SDT)을 다시 불러들여 패자부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세 팀 중 살아남는 한 팀이 다시 4강 토너먼트에 올라간다고 하니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방송사와 제작진이 소위 꼼수(?)를 부린 것이다. 모 패널 말처럼 ‘핫할 때 가늘고 길게 가보자’가 실현된 것인데 물론, 시청자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사전 절차는 없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기존에 약속한 것처럼 10회에서 결승 준비를 하는 두 팀의 훈련모습을 보여주고 11회에서 최종 결승전을 진행하며 마지막 12회에서는 시상식과 해산식을 진행하면 될 터였다. 그렇다면 종영이 아쉬운 시청자들은 앞 다투어 방송 연장을 요구할 것이고 제작진은 촬영 중 에피소드나 타 부대원끼리 교류하고 격려하는 모습 등으로 얼마든지 2~3회는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즌 2’ 제작도 기정사실이 될 테고 말이다.
그동안 6개 특수부대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참 군인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시청자들은 그들로부터 진한 감동을 받았다. 나 역시 주위에 ‘강철부대’를 널리 홍보해왔으나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만 할 것 같다. 시청자를 언제나 ‘을’로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 속성을 드러낸 방송사의 행태에 실망한 나로서는 더 이상 방송을 시청할 이유도 홍보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움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인 줄 알았더니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세계를 만들어놓았다. 최종 결승에 오른 두 부대와 탈락한 나머지 4개 부대 모두를 ‘강철부대’가 아닌 ‘고철부대’로 만들어 버렸다. 방송사와 제작진이 부린 꼼수로 기만당하고 우롱당한 시청자들은 어디서 또 누구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채널A와 ‘강철부대’ 제작진은 당장 방송 몇 회 연장으로 거대한 부를 거머쥐겠지만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채널A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채널A 프로그램 시청 거부 운동까지 직면할 것이기에.
시청자의 관심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방송사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시청자를 무시하고 시청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방송사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정말이지 이제는 더 이상 군인을 예능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희생·봉사하는 성스러운 직업인인 군인을 초기에 공언했던 제작 취지와는 다르게 종국에는 한낱 시청률을 올리고 광고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활용해 온 행태를 반복해서 봐왔기 때문에. 역시 TV는 바보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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