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를 ‘고철부대’로 만들어버린 채널A
상태바
‘강철부대’를 ‘고철부대’로 만들어버린 채널A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5.24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현 법무부 법사랑위원 전주연합회 청소년보호분과 위원

시청률이 오르고 인기를 끌다 보면 원래의 프로그램 종영 계획을 바꿔 연장 방송을 하고 싶은 것이 방송사와 PD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허나 그 연장 방송이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허탈감과 상실감을 자아내고 분노지수만 상승시킨다면 차라리 아니 하는 것만 못하리라.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강철부대’ 제작진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프로그램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시청률이 최고점을 찍고 광고료가 올라가자 참여 부대와 시청자에게 했던 약속을 깨고 게임 규칙을 통째로 바꿔버린 것이다. 12회로 계획된 프로그램은 적어도 16회까지는 연장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제작진이 공언했던 것처럼 ‘교도소 인질 구출 연합 작전 미션’에서 승리한 육군 연합팀(특전사+707)은 결승전으로 올라가고 해군 연합팀(UDT+SSU)은 동반탈락이 되어야 함에도 느닷없이 데스매치를 하여 UDT를 잔류시켰다. 게다가 서바이벌에서 탈락했던 기존 두 팀(해병대수색대, SDT)을 다시 불러들여 패자부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세 팀 중 살아남는 한 팀이 다시 4강 토너먼트에 올라간다고 하니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방송사와 제작진이 소위 꼼수(?)를 부린 것이다. 모 패널 말처럼 ‘핫할 때 가늘고 길게 가보자’가 실현된 것인데 물론, 시청자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사전 절차는 없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기존에 약속한 것처럼 10회에서 결승 준비를 하는 두 팀의 훈련모습을 보여주고 11회에서 최종 결승전을 진행하며 마지막 12회에서는 시상식과 해산식을 진행하면 될 터였다. 그렇다면 종영이 아쉬운 시청자들은 앞 다투어 방송 연장을 요구할 것이고 제작진은 촬영 중 에피소드나 타 부대원끼리 교류하고 격려하는 모습 등으로 얼마든지 2~3회는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즌 2’ 제작도 기정사실이 될 테고 말이다.
내가 만약  해병대 수색대나 SDT였다면 제작진이 꼼수를 부려 연장 방송을 위한 재출연 요청을 해왔을 시 이렇게 답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지켜온 우리 부대의 명예를 스스로 모독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공정한 룰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을 벌인 결과 탈락된 것이므로 더 이상 추가 서바이벌에 나서지 않겠습니다. 다만, ‘시즌 2’가 제작되고 섭외 요청이 들어온다면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동안 6개 특수부대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참 군인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시청자들은 그들로부터 진한 감동을 받았다. 나 역시 주위에 ‘강철부대’를 널리 홍보해왔으나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만 할 것 같다. 시청자를 언제나 ‘을’로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 속성을 드러낸 방송사의 행태에 실망한 나로서는 더 이상 방송을 시청할 이유도 홍보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움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인 줄 알았더니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세계를 만들어놓았다. 최종 결승에 오른 두 부대와 탈락한 나머지 4개 부대 모두를 ‘강철부대’가 아닌 ‘고철부대’로 만들어 버렸다. 방송사와 제작진이 부린 꼼수로 기만당하고 우롱당한 시청자들은 어디서 또 누구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채널A와 ‘강철부대’ 제작진은 당장 방송 몇 회 연장으로 거대한 부를 거머쥐겠지만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채널A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채널A 프로그램 시청 거부 운동까지 직면할 것이기에.
시청자의 관심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방송사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시청자를 무시하고 시청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방송사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정말이지 이제는 더 이상 군인을 예능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희생·봉사하는 성스러운 직업인인 군인을 초기에 공언했던 제작 취지와는 다르게 종국에는 한낱 시청률을 올리고 광고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활용해 온 행태를 반복해서 봐왔기 때문에. 역시 TV는 바보상자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