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살기 좋은 나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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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살기 좋은 나라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7.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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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칼럼 ‘너무 살기 좋은 나라’(전북연합신문, 2020.11.25.)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실상 ‘정치적 총장’ 행보에 대해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져도 되는 너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었으면 한다”며 글을 맺었는데, 희망사항이 되고 말았다. 다시 너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 일이 벌어져서다.
그렇다.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 이야기다. 최 감사원장은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감사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적절한 이야기인가”라고 묻자 “제가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또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직무를 마치지마자 선거 출마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지적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출마 관련 보도가 나오면 간부회의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최 감사원장과 달라진 모습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대선에 나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 현직 감사원장이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이런 언행은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비난받을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취임 1주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기관장의 정치 참여는 그 조직의 신뢰와 관계된다는 점에서 매우 논란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 역시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 중립성을 생각하면 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말할 나위 없이 여권의 반응은 그 강도가 더 강하다. 가령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중에 임기를 박차고 나와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
독이다.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고로 최 감사원장의 임기는 2022년 1월 1일까지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감사원 70년 역사상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헌신짝 버리듯 버린 적은 없다. 감사원장은 대선 출마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예 최 감사원장은 6월 28일 오전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출마 얘기는 없었지만, 대선판에 뛰어드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최 감사원장은 2018년 1월 2일 취임했다. 문재인정부 공약이기도 한 월성원전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밀어붙이며 일약 ‘반정부’ 인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알 일이다. 오히려 최 원장에 대한 당내 호감도가 윤 전 총장보다 높은 편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동아일보(2021.6.26.)를 보면 최 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힌 데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 과정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원장은 국회의 감사 요구를 받아 원전의 경제성 평가 수치가 일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여권에서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
또한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여당에서 최 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지만, 최 원장이나 윤 전 총장 모두 여권이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앞에서 본 의견들과 전혀 다른 내용의 ‘문 정권의 모습은 어디 정상적인가’(동아일보,2021.6.24.)라는 칼럼도 볼 수 있다. 한 대목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지난달 청와대 수사에 나서기는커녕 최재형 수사에 착수했다는 건 경악할 일이다. 그것도 환경단체의 고발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 수사다. 국민을 개돼지로 알거나 최재형을 대통령 후보로 나가라고 꽃가마를 태워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런 ‘아사리판’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최재형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 쪽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고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최재형 중도사퇴는 당연하고,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면 야당은 잘못하고 비정상인 문재인 정부와 뭐가 다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코드인사라며 목청을 높였던 야당 공격도 철회되거나 취소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중도사퇴한 것도 모자라 야권 대선 경쟁에 뛰어 들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김동연 전 부총리까지 야권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경이니 딴은 문 대통령 인사는 망사(亡事)였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아무튼 윤 전 총장만으로도 이미 학을 뗐는데, 현직 감사원장이 또다시 그러니 정상은 아닌 나라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져 피로도가 쌓인 국민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그런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되 재직중 발언 등 정치적 행위를 할 경우 해임할 수 있다’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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