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국회를 리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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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국회를 리콜하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0.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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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먹는 집단은 정치인이고, 그 가운데에 국회의원이 있다. 막말을 쏟아내고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어물쩍 넘어간다. 부동산 투기를 해도 뭉개고, 고작 탈당 조치로 피해간다. 만날 정쟁을 해도 세금으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간다. 국민을 아무리 '빡치게' 해도 면책과 불체포특권 뒤에 숨은 국회의원은 대표 철밥통이다.
날림과 졸속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은 바로 입법 활동 현장이다. 국회의원의 본업이 입법 활동이지만 법만 만들면 '뭐든지 뚝딱' 해결된다는 입법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토론과 숙의 과정은 뒷전이고,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외면한다.

수술실에 일탈이 있다고 모든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해 CCTV 설치법을 의결했다. 일부 사학에 채용 비리가 있다고 사학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했다.
전세난을 해결한다는 임대차3법은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유엔과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언론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모든 게 이런 방식의 과잉·졸속 입법이다. 지지세력 결집과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욱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171석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은 막을 방법도 없다. 다수결을 명분으로 비판을 묵살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는 나랏돈을 주인 없는 눈먼 돈으로 여기고 있다. 지역구 등 선거 때의 표밭만 의식해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 법안 시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따지질 않는다.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었고, 국채는 1000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재정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국가채무 폭증으로 이어진다.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나랏빚인데 묻지도, 고민하지도 않는다.
국회의원이 애프터서비스와 리콜 없는 '입법 제품'을 쏟아내는 것은 입법의 부작용이나 결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책임 정치의 정수다. 의원들의 무능과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음 선거까지 기다릴 것 없이 파면시켜야 한다. 무분별한 소환 청구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는 지적보다는 입법 폭주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었다.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있어야 국민 눈치라도 본다. 국회의원 스스로 말과 행동, 입법활동을 하면서 윤리의식을 높이고 자정 능력을 키우게 된다.
국민소환제는 선출된 공직자가 법을 위반하거나 부당 행위를 했을 때 국민이 발의하고 투표해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2007년 국회의원들 반대로 국회의원은 빠진 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만 주민소환법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하는 마당에 국회의원만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개혁 공약으로 국민소환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약으로 내걸어 힘을 실었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21만여 명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동의했고, 지난해 박주민 의원 등이 국회의원을 리콜하자며 국민소환제를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한발 나아가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고비용·저효율의 상징인 '불량 국회'에 대한 개혁에 여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수많은 다짐은 공염불이 됐다. 국민소환제도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와 자동 폐기를 되풀이해왔다. 국민 분노지수가 높을 때는 추진하다가 여론이 가라앉으면 없던 일로 된다. 지금이 적기다. 171석의 여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처리하면 된다.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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