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도를 넘고 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 탓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기업이 ‘신도 부러워할 직장’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구자근 국민의 힘 의원실이 국회예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공기업 36곳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수천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직원 성과급은 2100억원이나 증가했고 평균 연봉도 크게 올라갔다. 적자 경영을 책임져야 할 기관장들의 성과급 총액도 2018년 22조원에서 지난해 28조원으로 뛰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실적이 나빠지면 임금을 깎거나 동결하는 게 기업 경영의 기본인데 공기업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와 연관된 배점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부실 경영으로 적자를 내도 사회활동 점수가 높으면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이 짜인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탈원전 등 막대한 비용을 유발하는 정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 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기업의 부실 경영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적자를 메우려면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거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과도한 성과급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지난달 초 성과급 상한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고삐 풀린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막기 어렵다. 민간 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자를 내고도 연봉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어이없는 일은 막아야 한다. 방만 경영을 감시·통제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 시스템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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