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 시대 마감… 부작용 최소화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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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 시대 마감… 부작용 최소화 대책 세워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2.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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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인상했다. 1%대 금리는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려 사상 초유의 0%대 금리 시대를 연 데 이어 두 달 후 이를 다시 0.50%로 인하했었다. 이후 아홉 차례의 동결을 거쳐 지난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로 조정했는데 이번에 이를 1.00%로 올린 것이다. 팬데믹에 따른 완화적 통화 정책이 이제는 긴축 기조로 본격 전환한 모양새이다. 통화 당국이 시장에 풀린 돈을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제반 경제 여건상 유동성 축소의 시급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리는 공기처럼 거의 모든 경제 부문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와 급증한 가계 부채에 비춰볼 때 당연하고도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2%로 올라섰다. 2012년 1월의 3.3%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 2%를 훨씬 상회한다. 가계 부채도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세계 주요 37개국 가운데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때를 놓쳤다가 뒤늦게 금리를 급히 올리면 그 충격파가 더욱 클 것인 만큼 한은이 밝힌 것처럼 여유가 있을 때 ‘금융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 맞는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둔화했지만, 한은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로 유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한 뒤에도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와 성장은 그 어느 것도 등한시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핵심 목표이다. 통화 당국이 본연의 책무인 인플레이션 관리에 초점을 맞춰 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이제는 재정 당국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무엇보다 집값 폭등의 여파로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난 가계 부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 취약 계층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벼락 거지’를 면하기 위해 목돈을 대출받아 부동산 막차에 올라탄 서민들은 집값이 꺾이고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구나 한은은 내년 1분기 한 차례를 포함해 내년 중 기준금리를 두세 번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 역시 현재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통화 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도 선제적 조치는 불가피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이미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갔다. 일러야 내년 말일 것으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고 한다. 
가계 부채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서서히, 그리고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통화·재정 당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한은은 해외의 통화 정책 동향, 부동산 시장 움직임, 가계 부채 규모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금리 조정의 속도와 방향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또 정부는 다른 경제 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은 재정 여력을 활용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한편 통화 정책 전환 과정에서 심화할 수 있는 양극화 예방 대책도 서둘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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