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에 들어갔다.
만시지탄이지만 국익 차원에서 옳은 결정이다. CPTPP는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일본, 호주 등 11개 국가가 2018년 출범시킨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전 세계 가치사슬 재편에 동참하려면 가입 필요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가입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덜컥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받아줘야 한다.
우익 정치인인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은 “한국 현 정권이 후안무치하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가입자격 여부를 떠나 혐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 관계 현주소가 이렇다. 사실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지 않고 발 빠르게 가입을 결정했다면 일본의 딴지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미몽에 빠져 중국 눈치를 보면서 가입을 주저한 게 우리 정부다. 그러다 두 달 전 중국과 대만이 가입 신청을 하자 부랴부랴 뒤늦게 뛰어드는 실기를 했다. 후발주자로 밀린 만큼 가입 속도를 더 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여론 수렴만 하겠다고 한다. 가입 신청을 하면 관세 철폐율이 평균 96%대로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농민 반발이 불가피한 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2011년부터 금지해온 수산물 수입도 허용해야 할 수 있어서다.
득표에 도움이 안되니 정부는 미적대고 일본은 딴지를 거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국익을 생각한다면 회원국들을 설득해 가능한 한 빨리 CPTPP에 가입하도록 전력투구해야 한다. 꽉 막힌 한일 관계 개선도 차기 정부에 떠넘길 생각만 하지 말고 ‘결자해지’ 자세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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