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에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정정 불안,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올림픽 블루’ 정책 등 내외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30개들이 달걀 한 판 가격이 6000원을 넘었고, 돼지고기는 1년 전보다 27.9% 올랐으며 한우 등심은 13.9% 올랐다고 한다.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서민들의 인기 외식 품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코카콜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코카콜라 오리지날’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5.7% 인상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동차 등 공산품 가격도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철강, 구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등 내구재 가격 오름폭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를 2%대로 설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1.4%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데다 소비자 물가 상승과 공공가격 인상으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득 하위 20%의 물가 상승률은 3.6%로 고소득층 물가 상승률인 0.9%의 4배에 달한다. 식료품 등 서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가격이 집중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 병목 타개 등 선제적 물가 관리 대책이 없는 단순한 물가억제책만으로 정책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물가안정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돈줄을 죄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고, 당장 부동산과 코인 등에 투자한 ‘영끌’족이나 생활비가 급한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저성장·고물가 추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몇 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데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공급망 교란 등이 상승작용하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물가는 고공행진인데 가계의 지갑은 얇아지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의 현실화를 의미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년에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대통령 후보 진영 어디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선심성 돈 풀기 경쟁과 상대 후보 흠집내기만 난무할 뿐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 같은 불가피한 지출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유동성 증가를 초래할 무분별한 현금 살포성 공약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나라의 미래와 민생 파탄을 걱정하는 충정 어린 호소와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목마르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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