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내로남불 정도가 아니라 파렴치의 극치다. 임기 5년 내내 재정을 펑펑 써왔던 문재인 정부가 최근 각 부처에 앞으로 5년 간 재량지출의 10%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기존 사업 예산의 10%를 우선 삭감해야 신규 예산을 주겠다는 뜻이다. 1년 단위의 단기 계획이 아니라 5년 중장기 계획에 명시하도록 해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오는 3월 대선을 거쳐 5월 임기를 시작하는 다음 정부를 향해 재정을 아끼라며 긴축을 강요한 것이다. 재정을 위기로 몰아넣고는 관리 부담을 덤터기 씌우는 행태가 어처구니없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추가경정예산 궁리를 하면서 이런 지침을 만들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파탄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당이 또 전국민 지원금을 거론하며 대선을 한 달 앞둔 내달 설 연휴를 겨냥해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는 것에 맞장구를 친다. 최소한의 염치와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문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마땅하건만 그런 시늉도 없다. 이전 세대가 땀 흘려 쌓아둔 과실을 다 따 먹고, 청년세대 부담을 잔뜩 키워놓고선 뒷수습은 다음 정부에 전가한다. 이 세상에 없던 후안무치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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