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참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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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참 이상한 나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3.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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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 득표율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뽑힌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불과 24만 7077표 차 승리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나 지지자는 아니지만, 개인적 소회를 잠깐 말하자면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각각 당선되었을 때보다도 더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을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도 10여 년 전 쓴 칼럼 한 편이 떠오른다. ‘참 이상한 나라’(전북매일신문, 2013.1.7.)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는 의구심을 떨굴 수 없다로 요약되는 글이다.

박근혜 후보는 당선되어선 안될 여러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뽑혔다. 박근혜 후보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50~60대의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 지지로 분석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은 51.6%다. 17대 대선의 63.0%에 비해 12.8%포인트나 높은 투표율 75.8%인데도 과반을 넘어선 역대 최초의 득표였다.
50~60대는 소위 ‘박통’ 시절을 겪은 세대이다. 가난한 투사가 ‘배부른 돼지’보다 더 절실했던 시절을 겪어온 그들이 자식을 위해 모든 걸 30년쯤 전으로 되돌린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자이거나 그 연장선에 있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다니! 그들과 같이 50대인 나로선 그 ‘무지’가 놀랍고 짠하다는 소회를 밝힌 글이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참 이상한 나라’라는 의구심은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란 현실로 나타나 국민들 뒤통수를 쳤다. 대통령이 구속·수감까지 된 탄핵과 파면은 기본적으로 박근혜의 문제이다. 그럴망정 탄핵과 파면으로 인한 강제 퇴임 등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당시 5060 세대 등 유권자들의 잘못 때문 안겪어도 될 ‘난리’였던 셈이다.
10년 전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되돌아본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때와 같은 일이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못한 제20대 대통령선거라 할 수 있다. 그때는 그래도 정치인들이 후보로 나서 박빙 대결을 펼쳐 유권자로서 큰 거부감 같은 건 없었지만, 제20대 대통령선거는 그게 아니었다.
투표소 가는데 많은 고민이 따른 이유다.
너무 고루한 생각인지 몰라도 우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직을 중도사퇴하여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자체가 되게 비상식적이다. 그런 그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발돋움한 것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세력들이 정권을 찾겠다고 똘똘 뭉친 기이한 조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역대급 코미디라 할만하다.
그런데 그게 통했다. 너무 웃기는 나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정치무상’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국민의힘을 다시 살려내고 윤석열을 제1야당 후보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100% 맞는 말이다. 초박빙 대결 속에서 평생 검사만 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결과로 나타나니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윤석열 키우기’라 할까.
나 역시 윤석열 후보 당선의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60대에 속하는 나이지만, 얼른 납득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런 비상식적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이다. 가히 역대급 참 이상한 나라라 할만하지 않은가? 하긴 거대 양당 경선에서 왜 ‘범생이’가 아닌 그런 후보들을 1위로 뽑아 대선에 내세웠는지 그것부터가 참 이상한 나라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어느 때보다 높은데, 왜 여론조사에선 정권교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지도 참 이상한 나라이긴 마찬가지다. 다만, 또다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대통령 당선으로 박근혜 탄핵·파면때와 같은 대가(代價)를 치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러선 등골이 오싹해지기까지 한다.
유례를 찾기 힘든 비호감 대선, 유력 후보들 배우자가 자취를 감춘 대선, 틈만 나면 서로 공격해대서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대장동 난타전 특검 공방, 티격태격 끝에 밀실야합이 된 단일화 등 왜 선거판은 항상 그 모양인지 한심스럽고 짜증난다. 왜 다시 참 이상한 나라의 국민이고 유권자여야 하는지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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