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22
상태바
월드 클래스 손흥민2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3.30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손흥민은 세계적인(월드 클래스) 선수다. 그는 경기에 변화를 주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상적인 선수다. 한국은 이길 자격이 있다.”
이는 3월 24일 밤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9차전 상대인 이란의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이 경기 종료 후 한 말이다. 이를테면 적장의 손흥민 극찬인 셈인데, 그렇다. 손흥민은 2대 0으로 승리한 이란전에서 골망을 가르는 등 월드 클래스다운 기량을 맘껏 보여줬다.

먼저 한국이 2011년 1월 22일 AFC 아시안컵 8강전(1대 0 승) 이후 11년 만에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게 특기할만하다. ‘질식 수비’로 유명했던 이란을 상대로 2골 이상을 터트린 것은 무려 17년 만이다. 2005년 10월 12일  열린 이란과의 A매치 친선 경기(서울)에서 조원희ㆍ김진규의 골로 2대 0 승리를 거둔 후 처음이어서다.
최근 이란전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의 부진을 끊어낸 아주 통쾌한 승리이기도 하다. 안방에서 이란에게 승리한 것도 2골을 터트린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로써 이란과의 통산 전적은 10승 10무 13패가 됐다. 이란전 승리로 한국은 월드컵 최종 예선서 7승 2무(승점 23)를 기록, 이란(승점 22ㆍ7승 1무 1패)을 2위로 밀어내고 A조 선두로 올라섰다.
이미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이 확정됐는데도 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엔 그야말로 구름 관중이 몰렸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날 경기장에는 6만 4,375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에서 열린 각종 스포츠 경기를 통틀어 최다 관중 기록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축구라는 스포츠는 관중석에 팬들이 있어야 한다. 만원 관중이 경기력에 영향을 줬다.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경기 내내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긴 이란전 2대 0 승리는 벤투 감독에게도 의미 큰 경기가 됐다. 28번째 승리를 거둬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A매치 최다 승 감독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20경기 연속 홈 무패(16승 4무) 대기록도 달성했다. 부임 후 안방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한국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 중 홈 무패로 임기를 마친 지도자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유일하지만, 그는 홈에서 단 6경기만 치렀다. 현재 벤투 감독의 통산 기록은 28승 10무 4패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도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EPL 경기가 끝나고 온통 정신은 여기에만 있었다. 상암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만 집중했다.”는 손흥민은 “너무 감사하다. 많은 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점수 차로 이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이어 말한다. “정말 이렇게 다시 경기장에서 축구하는 모습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끝나고 같이 웃고 같이 좋아하는 모습이 그리웠다. 평일 저녁에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추운데 안전 귀가 하셨으면 좋겠다.”
손흥민의 골은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았는데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의 강력한 슈팅이 연결된 것이다. 두 번 더 골문을 향한 결정적 슈팅이 있었지만,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땅을 치며 되게 아쉬워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아마도 그래서 “더 큰 점수 차로 이겼어야 했는데” 같은 인터뷰를 한 듯하다.
아무튼 이 골로 손흥민은 개인 통산 31번째 A매치(국가대항전) 득점을 하면서 이번 최종 예선 4골로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사실 손흥민의 활약은 기대되는 바였다. 3월 21일 01시 30분부터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트리고 바로 나선 월드컵 최종 예선 9차전이어서다.
하긴 손흥민뿐만이 아니다. 왜 이제까지 이란에게 졌는지 의아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이었다. 심지어 베트남 매체 징 뉴스가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1-1로 비긴 뒤 이번 2차전에서는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란보다 더욱 나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전했을 정도다.
그러나 3월 29일 밤에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 10차전 경기에서 UAE에 0대 1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한국은 레바논을 2대 0으로 이긴 이란에 밀려 조 2위(승점 23)에 위치했다. 황의조 헤딩슛 등 두 번이나 골대를 맞는 불운이 있었지만, 이란전과 너무 다른 모습의 충격적인 패배였다.
무엇보다도 10차전 승리로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기록들이 물거품된 게 아쉽다. 우선 10차전에서 승리했다면 10경기 8승 2무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 이후 전 경기 무패 기록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8경기 6승 1무 1패로 기록한 승률 75%를 넘어 최다 승률 80%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럴망정 다시 힘내기 바란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