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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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29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5.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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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5월 24일 오후 4시 넘어 귀국했다. 이날 스포츠서울의 1면 톱 해드카피는 ‘이제 한국은 EPL 득점왕 보유국’이다. 한국이 EPL 출범(1992~1993시즌) 이후 득점왕을 배출한 13번째 국가가 됐는데, 이전 나라는 유럽 5개국(잉글랜드·네덜란드·프랑스·포르투갈·불가리아), 아메리카 3개국(트리니다드 토바고·아르헨티나·우루과이), 아프리카 4개국(코트디부아르·이집트·가봉·세네갈)이다.
절로 뿌듯함과 자부심이랄까 긍지 같은 게 밀려드는, 그야말로 금의환향 손흥민이다. 이번 귀국은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과의 평가전 등 A매치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대표팀 소집일인 5월 30일보다 이른 귀국이지만,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트로피를 들고 온 것이라 평소보다 팬들과 취재진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동아일보(2022.5.25.)에 따르면 손흥민의 입국 현장 분위기는 콘서트장 같았다. 자신을 기다리던 팬들의 환대에 손흥민은 허리를 깊이 숙여 여러 번 인사하면서 웃었다. 팬들을 향해 손을 계속 흔들던 손흥민은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 부트’를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왜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없이 곧장 밖으로 나간 건지 다소 의아하지만, 공항에는 손흥민이 도착하기 약 2시간 전부터 많은 팬들이 모였다. 손흥민을 직접 보려고 3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팬도 있었다. 외국인 팬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인천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미국인 조지프 씨(30)는 “손흥민을 보려고 왔다. 직접 봐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사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소속팀 토트넘의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토트넘 올해의 선수’는 물론, ‘토트넘 주니어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 ‘공식 서포터스가 뽑은 올해의 선수’를 모두 수상한 것이다. 2018-19, 2019-20시즌에 이어 세 번째로 ‘올해의 선수상’ 3개 부문 싹쓸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23골 7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토트넘의 4위 차지에 앞장섰다. 토트넘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시즌 EPL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왜 최종 라운드 이전 EPL ‘올해의 선수’가 선정되는지 의아하다. 득점왕을 차지한 38라운드 이전의 결과라 더 아쉬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한국일보(2022.5.19.)에 따르면 ‘올해의 선수’ 선정단 일원이기도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개리 네빌은 “손흥민은 팀을 위해 뛰며 시즌 막판 토트넘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전 세계 어느 팀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라며 그의 EPL ‘올해의 선수’ 수상을 예상했지만, 빗나간 셈이 되고 말았다.
대신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영국 BBC가 5월 23일(한국시간)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팀(베스트11)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에 이름을 올렸다. 토트넘 선수 중 유일하게 BBC가 선정한 시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것인데, 공격수로는 손흥민과 함께 살라·마네(리버풀)가 선정됐다.    
BBC는 손흥민에 대해 “손흥민과 케인의 연계 플레이는 정말 중요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이번 시즌 활약이 케인으로 인해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케인이 맨시티 이적에 실패한 이후 토트넘을 지킨 것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내내 인정받아야 할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이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른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EPL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의 활약상에 찬사를 보냈다. 시즌 내내 모하메드 살라흐(리버풀)에 뒤지던 손흥민이 엄청난 뒷심으로 공동 득점왕에 오른 걸 조명했다. 그 내용을 뉴스1(2022.5.23.)이 전하고 있는데, 흥미와 함께 유익한 이야기로 생각돼 여기에 요약해 본다.
매체의 ‘xG 데이터’에 따르면 손흥민은 예상 득점보다 훨씬 많은 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빼어난 결정력을 자랑했다. 살라흐의 경우 23골 중 페널티킥 득점이 5개 있었으며 예상 득점이 23.62골로 실제 득점 숫자와 거의 유사했다. 반면 올 시즌 페널티킥 골이 하나도 없는 손흥민의 예상 득점은 15.69골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7골 이상을 더 터트렸다.
“손흥민이 여러 차례 어려운 기회에서 득점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스카이스포츠 설명이다. 시즌 득점 분포를 살폈을 때도 손흥민의 뒷심은 증명된다.  20라운드를 기준으로 손흥민이 9골, 살라흐는 16골이었다. “이 때만 해도 손흥민이 득점왕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게 스카이스포츠 설명이다.
24라운드 당시 살라흐(19골)에 8골 차로 뒤졌던 손흥민(11골)은, 그러나 서서히 힘을 내기 시작했고, 31라운드에서 리그 19호골을 기록했다. 37라운드에서 1골 차까지 추격한 손흥민은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며 골든 부트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이 보여준 놀라운 뒷심 발휘의 득점 과정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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