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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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30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6.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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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월드 클래스 손흥민29’(전북연합신문, 2022.5.3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놀라운 뒷심 발휘의 득점 과정, 그리하여 마침내 차지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은 자연스럽게 그가 작성한 페널티킥 없는 23골로 모아진다.
손흥민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득점에 앞서) 기회를 많이 놓쳐서 상당히 (기분이) 다운이 돼 있었는데, 동료가 잘 잡아줬다. 솔직히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들이 ‘계속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응원해주더라. 스스로 자신감을 품게 됐고 다시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할 수 있었다”고 감격해했다.

기회를 계속 만들어준 동료들도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에 한몫했음이다. 득점왕이 되기까지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손흥민은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매일 꿈꾸는 동화 속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특히 어릴 때부터 꿈꿔온 EPL 득점왕을…”이라며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이뤘다. 여기서 배부른 선수가 되지 않고, 더 배고픈, 더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2022.5.24.) 보도를 보면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 득점 1위는 다음과 같다.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를 비롯해 카림 벤제마(스페인·레알 마드리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독일·바이에른 뮌헨), 킬리안 음바페(프랑스·PSG), 치로 임모빌레(이탈리아·라치오) 등 이다. 모두 세계 최고로 꼽히는 공격수들이다.
이들 가운데 페널티킥을 단 한 번도 차지 않고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 득점왕 얘기에 흐뭇해 한 콘테 감독의 말이 걸작이다. 콘테 감독은 특히 살라흐가 23골 중 5골을 PK로 해결한 것과 비교해서 손흥민은 순수 필드골로만 해낸 것을 치켜세웠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은 PK 없이 득점왕 했다. 진정한 골든부트 아니냐”고 했다.
한편 스포츠 전문 채널 ‘스포티비’가 “토트넘과 노리치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스포티비 단일 채널에서만 시청률 5.4%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6.8%까지 치솟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티비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이날 나온 시청률 5.4%는 스포티비 단일 채널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15일 열린 토트넘과 번리의 경기에서 시청률 4.8%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종전 기록(3.1%)을 50% 이상 상승한 수치로 넘어섰는데, 이 기록을 일주일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스포티비는 “같은 시점 시청자 수는 154만 명”이라며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와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자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시청자가 지켜봤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2022.5.24.)가 그런 시청자들의 열기를 전한 게 눈길을 끈다. 가령 (5월) 22일 홍대의 한 술집은 경기가 시작한 자정쯤 60명이 넘어 만석이 됐다. 이날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구모(31)씨는 “실감이 안 난다. 앞으로 살면서 또 이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술집에서 만난 2030들에게 손흥민은 영웅이자 자랑이었고, 힐링이었다. 
“나이스 원 쏘니! 나이스 원 손!”
(5월) 23일 새벽 1시 28분 60여 명의 탄성이 폭발했다. 손흥민의 골(시즌 22호)이 터진 순간이었다. 5분 뒤 이들은 다시 한번 열광했다. 시즌 23호, 손흥민이 EPL 득점왕에 오른 골이었다. 손흥민의 환호가 TV 화면에 잡히자 팬들은 “정말로 EPL에서 득점왕을 하다니”라며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이 팬들을 웃고 울린 건 이날 경기뿐이 아니다. 영국이 한국보다 8시간 느린 시차로 손흥민의 축구 경기는 국내에선 주로 새벽에 펼쳐진다. 많은 2030 팬들은 잠을 설치며 그를 응원했다. 손흥민 팬 계정을 운영하는 유승연(21)씨는 “손흥민 선수를 집중해서 보면 경기가 잘 풀릴 때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팬들은 손흥민의 실력과 함께 동급의 인성을 그의 장점으로 꼽는다. 손흥민의 경기를 전부 챙겨 본다는 이명준(29)씨는 “1골 차로 득점왕 경쟁 중이던 최근 아스널전에서 페널티킥을 동료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에 대해 “실력은 세계 최고인데, 늘 팀을 위하고 겸손한 자세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흥민 열풍이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흥민 선수는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팬들의 기대를 크게 저버린 적이 없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힘들고 팍팍한 일상을 지냈던 젊은 세대가 손흥민 선수를 통해 사회에서 느끼지 못한 신뢰와 믿음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수 있다”(앞의 중앙일보)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6월 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열린 6만 5,000석 규모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좌석이 약 4시간 만에 전석 매진됐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동시접속자 수를 32만 명 수준으로 예측해 서버를 증설했으나 이날 74만 명이 몰리면서 한때 대기시간이 48시간을 넘기는 등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양상이 벌어졌다는 소식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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