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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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 다물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1.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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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참사 희생자들 49재인 구랍 16일 직접 참석은커녕 공식적 사과 등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의 이태원참사 희생자 위령제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또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유가족협의회의 공식 사과 요구에 대해 “위로의 마음은 그날이나 49재인 지금이나 같다. 유가족과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해 합당한 조처를 하는 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길이다. 거듭 명복을 빈다”고 밝혔을 따름이다.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행보라 아니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제 대신 서울 안국역 인근 송현광장에서 열린 중소·소상공인 판촉행사 ‘윈-윈터 페스티벌’에 들렀다. 윤 대통령은 방짜유기 술잔을 사면서 밝게 웃으며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며 농담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당 도마에 올랐다.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떡을 돌린 일도 마찬가지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구랍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10·29 참사 49재가 진행되는 이태원 거리는 눈물로 뒤덮였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의 절절한 절규를 들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도리어 대통령 내외는 인근 종로의 페스티벌에 참석해서 술잔을 구매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비판에 나섰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추모식에서) 희생자들의 부모와 가족, 친구와 애인은 슬픔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고 때론 오열했다. 같은 시각 윤 대통령은 (페스티벌에 참석해) 농담도 했다”며 “할 말이 없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행보보다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는 것은 여당 정치인의 막말이다. 가령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구랍 10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압사 사고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협의회가 10일을 기해 출범한다고 한다.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출범을 알렸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진 글을 보면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며 “이러한 횡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신중 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구랍 19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두고 “국가적 비극을 이용한 ‘참사 영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 치는 비극을 똑똑히 목격해왔다”며 “이들은 참사가 생업”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말의 압권은 따로 있다. 보도(한겨레, 2022.12.15)에 따르면 이들보다 앞선 11월 4일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유족이라는 무기로 그들의 선 넘는 광기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11월 23일엔 유족 발언에 대해 ‘무지몽매한 애미’,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라고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랍 12일엔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따위 도저히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의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제발 그 입 다물라 외치고 싶은 막말들을 ‘신나게’ 쏟아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미나 시의원은 창원시의회 제12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저는 창원시의원 신분으로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글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습니다. 저의 잘못된 글로 인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시민 여러분들, 특히 유가족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크게 반성하고 더 성실히 봉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구랍 15일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천륜에 벗어난 잔인한 표현을 사용해 공연히 모욕한 점, 정보통신망을 통해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드러내어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의 고소장에는 “김미나 의원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다” 등 분노를 삭이지 못한 유가족 238명이 이름을 올렸다.
집권여당이면 망극(罔極)한 국가적 참사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텐데, 참 이상한 일이다. 납득할만한 책임과 발빠른 수습을 못해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출범한 것이다. 집권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상처를 위무하며 보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슬픔을 가눌 길 없는 유가족들에게 헛심을 쓰게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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