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담배판매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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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담배판매금지법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3.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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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지난 2022년 12월, 뉴질랜드는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법정 흡연 가능 연령을 매년 상향 조정하여, 2008년 이후 출생자에 대해 담배나 관련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2009년 1월 1일 출생자부터는 담배를 구매하는 것이 평생 금지되어 있다. 이들에게 담배를 판매할 경우, 형사제재의 대상이 되어 최대 15만 뉴질랜드 달러(한화 약 1억2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는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인구수가 매년 감축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담배의 전면 금지가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셈이다. 

본래 뉴질랜드는 1990년 금연 환경법(Smoke-free Environments Act 1990)을 제정하는 등 흡연행위를 규제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인 법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왔으며, 그 연장선에서 세계 최초의 흡연 금지법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이미 상당히 낮은 흡연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2022년 11월 기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8%가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나,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위 법이 통과됨에 따라 2025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으로 낮춰, 사실상 ‘담배 연기가 없는’ 사회라는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른바 ‘담배판매금지법’은 흡연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담배의 중독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다른 조치를 수반하고 있다. 이 법은 담배 제품의 판매가 법적으로 허용된 소매점의 수를 현재의 10퍼센트 수준으로 줄이고, 슈퍼마켓 등 일반 상점이 아닌 담배 전문 매장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며,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법으로 정해 낮추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현(現) 보건부 장관인 아이샤 베랄(Ayesha Verrall)은 이렇듯 흡연 없는 미래를 향한 단계별 정책 실행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더 오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암, 심장마비, 뇌졸중 등 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보건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이 법은 연초가 아닌 불연성의 전자담배(vape) 제품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뉴질랜드에서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흡연자는 성인의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 담배의 완전 금지가 선행되는 과정에서 전자담배를 일시적 대안으로써 허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니코틴 중독의 위험성을 통제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정책 방향성에서 향후 전자담배 역시 판매 금지의 대상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러한 뉴질랜드의 담배판매금지법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 입장도 흥미롭다. 이들은 이러한 법 정책이 담배의 암시장을 형성시키는 등 규제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음성화를 초래할 것이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민에 대해 과보호적인(overprotective) 관점을 취하는 이른바 ‘유모 국가(nanny state)’의 정책이 개인의 선택을 과도하게 간섭하여 사적 자율성의 공간을 침식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하면서도) 자유롭게 흡연할 권리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제10조) 및 사생활의 자유(제17조)를 통해 뒷받침되는 권리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헌법해석에 따르면, 뉴질랜드식의 담배판매금지정책이 우리나라에서 실행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금연정책과 관련해 제기되었던 중요한 쟁점들을 상기시킨다. 
지난 2012년 말, 금연구역 지정 시설의 범위 확대, 담뱃갑의 경고문구 삽입, 담배광고의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이른바 ‘금연법’이 시행되면서 금연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된 바 있다. 흡연권을 과연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지,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개인의 흡연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지나치게 후견주의적 국친사상에 터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건환경 서비스 및 캠페인을 통한 금연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성이 아닌지 등 당시 공론에서 제기되었던 쟁점들은 뉴질랜드의 담배판매금지법에 대한 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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