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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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53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4.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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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손흥민은 3월 24일 콜롬비아, 2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 2연전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 치른 첫 경기는 4월 4일 04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에버턴전이다. 1대 1로 비긴 경기에서 슈팅조차 제대로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대 1로 승리한 4월 8일 밤 11시 열린 EPL 30라운드 브라이튼전에선 달랐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리그 7호골이자 모든 대회 통틀어 11번째 득점이다. 이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통산 100골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기도 하다.

축하가 잇따랐다. 토트넘 구단은 공식 SNS에 “손흥민의 아시아인 최초 EPL 100호골 달성”이라며 “축하해 쏘니(Sonny)”라고 글을 올렸다. EPL 사무국도 SNS에 한글로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고 쓴 동시에 손흥민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이미지를 공개했다.
팀 동료 해리 케인은 SNS에 “손흥민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100호골을 달성한 것은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그는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도 그가 자랑스럽다”라면서 “엄청난 순간이었다. 골 역시 멋있었다. 대단한 하루였다”고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도 손흥민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가령 BBC는 손흥민을 ‘톱플레이어’라고 치켜세운 뒤 “틀림없는 아시아 축구 최초의 글로벌 스타”라고 평가했다. 이어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꽃피웠다. 유명해진 후에도 겸손하고 전염성이 강한 낙관적인 성격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2015년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EPL 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260번째 경기에서 100번째 골을 넣었다. EPL 역사를 통틀어 34번째의 대기록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다. 앨런 시어러·웨인 루니·해리 케인(이상 잉글랜드), 티에리 앙리(프랑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33명이 손흥민에 앞서 통산 10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이보다 앞선 A매치 2연전에서도 손흥민은 펄펄 날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한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은 2대 2로 비겼다. 손흥민이 그 두 골을 다 넣었다. 이번 시즌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월드 클래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전방 ‘프리롤’로 활약한 손흥민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기량을 적극 펼쳤다.
마침내 손흥민은 전반 10분 만에 골맛을 봤다.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와 패스 실수를 하자 놓치지 않고 정확한 왼발 슈팅을 시도, 선제골을 뽑았다. 계속해서 위협적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은 결국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전반 추가 시간 얻은 프리킥을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전까지 A매치에서 109경기 35골을 기록 중이던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로 110경기 37골을 작성, 박이천(36골)을 제치고 한국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3위에 올라섰다. 1위는 58골을 넣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다. 2위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50골)이다.
무승부로 빛이 좀 바랬지만, 손흥민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유독 강했던 모습도 이어갔다. 뉴스1(2023.3.24.)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7년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서 멀티골을 넣어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2019년 3월 평가전에서도 역시 골을 넣어 2대 1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멀티골을 추가하면서 손흥민은 콜롬비아전 3경기서 5골을 기록, ‘콜롬비아 킬러’로 거듭났다.
1대 2로 패하긴 했지만, 손흥민은 우과이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폭발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라인을 뒤흔들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 손흥민의 경기 운영 능력은 무르익을대로 익었다. 크로스면 크로스, 개인기면 개인기, 컨디션은 상상 이상이었다. 콜롬비아전의 상승세는 우루과이전에서도 계속됐다”(스포츠조선, 2023.3.28.)는 평가다.
하지만 두 차례나 VAR에 발목이 잡힌 건 우리 대한민국으로선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후반 27분 이재성의 헤더가 골라인을 통과했지만, VAR에서 김영권의 파울이 선언되며 골로 인정받지 못했다. 두 번째는 후반 38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기가 막힌 터닝슛으로 마무리한 오현규 골이다. 이 골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무산됐다.
그런데 A매치 기간중인 3월 27일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 경질 소식이 전해졌다. 2021년 11월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지 17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게 됐다. 콘테 감독은 3월 19일 3대 1로 다 이긴 경기를 졸지에 3대 3 무승부로 끝낸 사우스햄튼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말했다.
“우리가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11명이 뛰는데 이기적인 선수들이 보인다”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한 “20년 동안 구단주가 있었는데 아무것(우승 트로피)도 얻은 게 없다. 이곳을 거쳐 간 감독들만의 책임인가”라며 다분히 도발적 발언을 한 것이다. 손흥민은 감독 교체에도 이전에 그랬듯 계속 건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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