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검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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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검의 추락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6.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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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추산악 현참정’(推山惡 玄斬正) ‘산처럼 쌓인 악을 하늘을 대신해 바르게 벤다.’ 
장성으로 진급하거나 장군 보직을 받을 때 대통령이 하사하는 ‘삼정검’(三精劍)에 새겨진 글이다. 

삼정검은 조선시대 ‘四寅劍’(사인검)에서 유래했다. 용맹한 호랑이 인(寅)이 4개 겹친 인(寅)년, 인(寅)월, 인(寅 )일, 인(寅)시에 맞춰 만든 검이다. 60년에 한 번 제작 기회가 온다. 귀할 수밖에 없다. 왕조의 무궁창성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뜻을 담아 왕이 신하에게 하사했었다.
이 삼정검이 재현된 것은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3년 육·해·공 3군의 단결과 호국·통일·번영 3가지 정신을 잇는다는 뜻이 담겼다. 당시에는 한쪽에만 날이 있는 외날 삼정도(三精刀)였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양날의 삼정검(三精劍)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장성진급을 눈앞에 둔 대령에게는 오매불망, ‘꿈의 보검’이다.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 송영무 국방장관의 계엄문건 발언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법조계가 문제없다 했고 내 생각도 같다’는 말을 송 장관이 회의에서 했느냐가 쟁점이었다. 발언했다면 친위 쿠데타로 몰려던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셈이 됐다. 송 장관이 사태 수습을 위해 참석자에게 ‘그런 발언 없었다’는 서명을 받으려 했고 민병삼 기무부대장이 거부했다.
“대장을 지낸 내가 거짓말 하겠나. 문제 발언 주장은 거짓이다.” (송영무) 
“36년째 군복을 입은 군인의 명예를 걸고 답한다. 진실이다.”(민병삼) 
삼정검을 찬 국방장관과 삼정검을 눈앞에 둔 대령 간 희대의 진실 게임. 결국 장관은 자리를 내놓았고 대령은 다 잡은 삼정검을 놓치고 예편했다. 대신 공수처가 칼을 뺏다. 서명을 강요한 송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다. 
‘하늘을 대신해 악을 베라’고 준 삼정검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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