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전하고 집에 들어가도 힘이 쭉 빠질 때가 많아요.”
“왜요?”
“아, 글쎄 하루 종일 운전대와 씨름해도 10 만원도 벌까말까 한데 아내가 이빨 했다고 230만원짜리 신용카드전표를 불쑥 내밀잖아요.”
막걸리 촌 앞에서 택시에 탑승했는데 정년퇴임하고 소일삼아 개인택시를 매매하여 영업하고 있던 61세 기사가 서쪽하늘로 기우는 긴 태양그림자처럼 축 늘어진 몰골로 땅이 꺼져라 긴 한 숨을 쉬며 한 섞인 긴 푸념을 늘어놓는다.
“집안 살림을 계획 있게 해야 하는데 수입은 생각하지 않고 일을 팍팍 벌이면 어떻게 하냐 이거죠.”
나는 흥분해 있는 기사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었다.
“아무렴 사모님께서 아무 대책 없이 지출했겠어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가 한달 내내 뼈 빠지게 운전해도 200 만원 벌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이놈의 마누라는 어깨 아프다고 한약방에 가서 30 만원어치 한약을 턱 결재하고 병원비로 50 만원 결재 합디다.”
부부간의 싸움을 부추길 수는 없어서 나는 부인의 편을 들어주었다.
“대단히 아프셨나봐요.”
“말도 마세요. 그 뿐인 줄 아세요? 나 원 참, 창피해서 말로다 못하겠어요. 저도 한 달에 애경사비로 10 만원이 넘는데, 친구만나면 얻어먹기만 해요. 나도 사야죠.”
“그럼요. 남자는 사회생활 품위비도 많이 들어가죠.”
“솔직히 말해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친구 만나기도 겁나고 만나자고 하면 피하게 됩디다.”
노후대책을 제대로 세워놓지 못한 노 운전사의 한탄이 어찌 그 분만의 아픔일까. 아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노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일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 노후대책은 어떻게 하나?”
“뭐! 노후대책?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우리 나이에. 당장 애들 학원비는커녕 먹고 살기도 버겁다네.”
“쥐꼬리 만한 월급봉투 준다고 여우같은 마누라가 바가지나 박박 안 긁으면 살겠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둔 친구도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생활한다며 하늘이 무너져라 세상을 원망하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제기랄, 막걸리 값마저 몽땅 올라 신세타령할 곳도 없고 어쩔 땐 팍 죽고 싶당게.”
갑자기 막걸리를 마시던 친구가 아무 죄도 없는 막걸리 잔에 화풀이를 해댄다. 하기야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막걸리 값도 물가상승에 편승하여 몽땅 올랐으니 주머니 사정이 얇아질 대로 얇아진 서민들이 어찌 분통을 안 터트리겠는가.
옛날 같으면 민란이 일어나도 여러 차례 일어났을 법 하건만 우리 민초들은 용케도 잘 참아주고 있다.
설상가상, 자고 일어나면 ‘억억’하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팡팡 터지고 있으니 단돈 몇 만원가지고 울고 웃는 우리 서민들의 사기가 축 처지는 것도 당연하다.
“힘 있는 놈들은 몇 천, 몇 억을 꿀꺽하는데 내겐 언제나 그런 기회가 찾아올꼬.”
급기야 친구 놈은 이런 말까지 하는 것이었다. 나는 면박을 주었다.
“예끼,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소린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네. 위만 쳐다보지 말란 말이야.”
“에이, 막걸리나 한 잔 더 줘.”
“쨍하고 해 뜰 날이라는 노래도 있잖은가? 우리 힘내자고.”
“에이, 돈 있는 놈들은 그 돈 다 어디다 써?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걸?”
“글쎄 말이야.”
“자네 통닭 한 마리 사 줄 테니 집에 갖고 들어가.”
“미안하네.”
나는 내일 이른 아침부터 기업체 강의가 준비되어 있어 통닭 힘을 빌어 술자리를 파하고 친구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온통 뒤죽박죽인 세상. 아, 머리가 어지럽구나. 가슴이 답답하구나. 사막의 원주민이 참 행복해 보이는 구나. 에라, 사막이나 가자”
“손님, 목적지에 다왔는데요.”
“기사님 고맙심더, 사모님과 싸우지 마시고 힘내이소. 기사님 파이팅!!!”
/달리는 희망제조기 송경태
폭풍은 참나무의 뿌리를 더욱 깊이 들어가도록 한다
장애인 세계최초 세계 4 대 극한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