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대통령의 일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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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대통령의 일본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7.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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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좀 지나간 얘기지만 104주년 3·1절, 태극기 내걸고 걷는 하루를 보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바 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했다.
우선 생각해볼 것은 지금까지도 대통령조차 버젓이 ‘3·1운동’이라 말하고 있는 점이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3·1운동’이란 표현이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했다. 일본제국주의의 총칼에 귀한 생목숨 잃어가며 독립만세를 외치고 피눈물을 토해냈는데, 그것이 어떻게 운동이란 말인가?

운동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물론 운동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며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일”이란 뜻도 갖고 있다. 그럴망정 아무래도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란 생각이 더 많지 싶다.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사실 3·1운동이란 용어에 대한 부당성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3·1독립만세시위라 부르자’(조선일보, 2017.3.2.)는 칼럼에서 비교적 소상하게 살펴봤듯 대개 ‘3·1혁명’, ‘3·1항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3·1운동으로 격하 내지 폄하된 것은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과정에서다. 유진오가 마련한 초안에 들어 있는 “3·1혁명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의 ‘3·1혁명’을 ‘기미 3·1운동’으로 깎아내려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내력을 알아 그랬는지 알 수 없으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늘은 104년째 맞는 3·1혁명 기념의 날”이라며 “우리 선배들이 목숨과 피를 바쳐 만들고자 한 나라, 자유롭고 평등하고 진정으로 독립된 나라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또한 그런 내용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소설가 이문열은 그의 장편소설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1984년)에서 3·1운동을 ‘제1차 수복전쟁’, ‘기미평화전쟁’이라 명명한 바 있다. 김원일 소설가 역시 대하소설 ‘늘 푸른 소나무’(전 9권, 1993년)에서 3·1운동을 ‘3·1민족해방만세시위’라 표현했다.
운동과 혁명이란 정의가 지금도 친일파의 세력이 만만치 않은 이 땅에서 정쟁 대상이 된다면 아무런 윤색 없이 있었던 그대로인 ‘3·1독립만세시위’라 하면 어떨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아무래도 ‘3·1독만시’로 줄여 표기하는 건 낯설고 어색하다. 혹 너무 길면 ‘3·1만세시위’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생각은 많은 국민들과 동떨어져 보이는 대통령의 일본관이다. 위에서 보듯 윤 대통령은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 대통령의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협력해가며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이웃 나라이긴 하지만, 일본과의 역대급 나쁜 관계의 본질은 따로 있다.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독도라든가 강제동원한 적 없다고 우기는 위안부 문제 등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의 역사마저 부정한다. 이미 인정했던 사실과 했던 사과조차 번복하는, 기본이 안된 나라다. 과거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시 국가’다. 일본은 독일과 다르게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전범국가 미청산’ 나라이다.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2곳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에게 1인당 1억 원 또는 1억 5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2018년 10월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경제보복을 자행했다. 그것에 맞서 각종 일제(日製) 상품 불매운동과 시위가 벌어졌다. 심지어 국민 70%가 2020도쿄올림픽 보이콧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발표도 있었다.
104주년 3·1절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담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역사 정의 실현의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적반하장으로 무역 보복을 하고 피해자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앞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협력하는 파트너 운운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원하는 당사자 의견이 묵살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을 내놓더니 다시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그것도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나 사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그렇지만,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는 등 식민사관적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 역시 너무 충격적이다. 하필 104주년 3·1절에 갈수록 대통령 잘못 뽑은 대가(代價)를 치러야 하나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다. 이 또한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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