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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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슬픈 운명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8.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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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배 주필

 

“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품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정의 속에 잠재된 분노를 확대했다.

대중들의 정의감을 자극하면 분노에 불을 지피기 쉽다. 선동선전술에 정의가 언제나 앞장서는 이유다. 대중들은 정의로 포장된 선동적 캠페인을 통해 분열되고 대립하면서 특정 정치적 이익집단에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나치는 1934년 뉘른베르그에서 ‘나치당 정치대회(Nurenberg Rally)’를 열었다. 100만 명이 참가해 나치 이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영광을 외쳤다. 나치는 기록영화 ‘Triumph des Willens(의지의 승리)’로 만들어 대중 조작에 나섰다. 강렬한 시각적 영상을 담은 이 영화가 결국 독일 일원화와 반유대주의에 불을 지폈다. 유대인 600만 명을 비롯한 1100만 명이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홀로 코스트’의 한 단초가 된다.
‘전자레인지 참외’로 상징되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왔다. 허무하기까지 하다. 전자파 측정 최댓값이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의 1%에도 못 미쳤다. 도심에 흔해 빠진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적었다.
지난 6년간 특정 정치세력은 수많은 군중을 동원해 괴담을 부풀리며 전국을 정부와 미군 성토장으로 만들었었다. 이명박 정부 때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구호로 대중을 선동했던 소고기 광우병 파동도 한갓 괴담으로 끝났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숱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가 현재 한강물 수준’이라며 100년을 살아도 영향이 없다고 단언한다. 몇 년 뒤 사드기지 환경조사와 같은 결과를 받아 들고 또 허탈해할지 모르겠다. 쉽게 조작되는 대중을 원망할 수도 없다. 그게 정치고 그게 대중의 슬픈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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