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은 누구를 위한 선거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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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은 누구를 위한 선거제인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1.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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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국회는 요즘 그들만의 리그로 난리다. 
국민들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슈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좋은 말로 `개혁`이지 사실은 의석 숫자 나눠 먹기에 더 가깝다.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연계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각 정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권역별’, ‘도농(都農)복합형’, ‘준연동형’ 등 정치공학적 셈법이 끼어들었고 선거제도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개편안들이 난무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여야 실무 대표들은 의석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숫자를 28개 줄이고 연동률 50%를 적용한 방안을 놓고 줄다루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당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구를 줄이려면 현행 인구 상한선(30만명)을 변경해야 하는데 유권자 숫자가 적은 지역구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교섭단체 양당의 전략과 발상이 이렇게 제각각이다 보니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서로 난타전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역대 총선을 보면 선거구 확정은 투표일 직전에 이뤄져 왔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42일 전에, 19대 총선 때는 44일 전에 선거구가 확정됐다. 4년 전 총선 때는 지역구 숫자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숫자를 그만큼 줄였다. 당시 여야는 선거 한 달 전까지 협상을 벌이며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직전 선거보다 12석이 더 늘어난 반면 없어진 지역구도 5곳이나 됐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5석 줄이는데도 그 정도 진통이 뒤따랐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처럼 28석을 한꺼번에 줄인다거나 비례대표를 없애는 방안은 “감히 협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결국 국회는 앞으로 70여일 남은 22대 총선에 돌입할 때까지 선거제 이슈로 날밤을 새울 게 뻔하다. 그 와중에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차피 늦어질 거라면, 현재 논의가 소모전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여야 합의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빠지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선거제도 개편을 맡기면 된다. 
현행 선거제는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그 골격이 만들어졌다. 그 이전까지는 1개 선거구에 금·은메달 2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다. 30여년 전 만들어진 현행 선거제도가 유권자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시 비대화 추세 속에 현행 유권자 상한선은 적정한지, 비례대표 숫자와 기능은 적절한지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함몰해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갈등 해결을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동물 국회, 막장 국회, 식물 국회에 이어 나라를 해롭게 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역구 당선과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한없는 용기를 과시해 왔던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개편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게 싫으면 그냥 조용하게 현행 선거제도로 오는 총선을 치르면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요란을 떠는 것보다는 덜 욕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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