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쟁이 김 여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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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쟁이 김 여사1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2.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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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구랍 28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하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숙려기간 240일을 꽉 채워 연말에 자동 상정된 것이다. 대통령 부인이 수사대상인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헌정사상 최초다.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를 새로 쓴 김 여사이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그러나 1월 4일 국회가 정부에 이송한 다음날 거부권 행사로 이어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그대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65% 가량이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인데도, 그걸 무시 내지 묵살한 거부권 행사다.

국회 재투표는 언제 있을지 기약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최대한 재투표에 대한 상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다른 거부권 법안처럼 냉큼 부결돼 폐기되지 않아 애가 타겠지만, 덩달아 ‘어통령’ 시대의 국민들은 안봐도 될 전무후무한 일에 휩쓸리게 됐다. 후안무치한 일에 휩쓸리게된 셈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2023년 3월 ‘역대급 여사(女史)’란 글을 쓴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들’이란 글을 쓰기도 했다. 대선에 패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과 영부인이 된 김 여사에 대한 얘기다. 당연히 대선에서 진 이재명 후보의 부인은 잊혀져 갔지만, 김 여사는 그게 아니다. 오히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모양새다.
아무튼 ‘역대급 여사(女史)’는 “살다살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글을 쓰게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또한 바라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 시절이 와서 사상 처음 영부인에 대한 글을 쓰게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라고도 했다. “기본이 안된 대통령 후보를 뽑은 ‘눈 먼’ 유권자들 때문 전에 못보던, 짜증나는 영부인 논란과 맞닥뜨리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토로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10개월 이상 지난 지금 김 여사는 국민들의 그런 고통을 해소해주었을까? 해소는커녕 오히려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특검법의 수사대상 주인공이 된 영부인은 가히 ‘민폐쟁이 김 여사’라 할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인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물론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만으로도 영부인 김 여사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 여사는 특검법 통과 이후 나타나도 될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은거 28일째, 특검 에너지는 더 응집 중’(한겨레, 2024.1.13.)이란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김 여사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독특한 언행과 학력 부풀리기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학력 부풀리기에 대해 김 여사는 2021년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대통령 아내 이외의 역할을 하며 뉴스 메이커로 떠오르곤 해서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하는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났다”는 뉴스도 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행사에 데리고 다녔는가 하면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돼 보도되기도 했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김건희 호위무사…윤 대통령 움직이는 퍼스트레이디’(한겨레, 2024.1.15.)를 보면 이런 내용도 있다.
“2022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앞으로 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가, 나가’나 ‘가자, 가자’라고 말한 것 같다고 합니다. 대통령인 남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성 선임기자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은 이유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 실체가 있는 의혹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국민 다수의 비호감 지수 상승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보다 앞서 소개한 동아일보 ‘김순덕의 도발’(2022.9.25.) 칼럼중 김 여사 발언 일부는 충격적이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 완전 바보다. (남편이)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그래서 영부인은 사람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깊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은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퍼스트레이디인 셈”(앞의 한겨레)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걸 인정한다 해도 부부간의 내밀한 사생활은 당사자 말고 아무도 몰라야 하는 게 아닌가? 역대 이런 영부인이 있었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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