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쟁이 김 여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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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쟁이 김 여사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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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아무리 최고위 공직자라 할 대통령이더라도 부부만 알 수 있는 내밀한 사생활이 있다. 부부간의 일은 혹 그걸 엿보거나 들은 자녀가 있더라도 당사자 말고 아무도 몰라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도 몰라야 하는 그런 게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문제지만, 김 여사가 민폐를 끼치는 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그렇다.
대선을 약 3개월 앞둔 때인 2021년 12월 29일 윤석열 후보는 여야의 ‘대장동 특검’과 ‘고발사주’ 쌍특검 공방을 두고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특검에 무슨 고발사주까지 끼워넣자고 해서 저는 하라고 했다. 왜냐? 걸릴 게 없으니까. 근데 이 사람들 왜 안 합니까.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 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죄를 지었으니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과 같은 사람인지 의문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해낸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인 셈이다. 누리꾼들은 2년 전 영상 갈무리를 공유하며 “숨는 자가 범인이라더니”,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죄를 지었다고 확인해주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날 엑스에는 ‘즉각 거부권’이 인기 트렌드 순위에 오르기도 했단다.
다른 법안들과 달리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역사를 새로 쓴 것이기도 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를 지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은 가족 문제를 권력으로 덮으려 하지 않았다. 아들이나 형 등 가족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곧바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했다.
비리 의혹의 당사자들은 민정수석실 감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하기도 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과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형들이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족이나 다름 없던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여러 차례 사과했다. 결국 탄핵당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고 장모가 구속됐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예 ‘김건희 특검법’마저 거부하며 지극정성으로 부인 보호에 나섰다. 민주화 이래 듣도 보도 못한 대통령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수직적이라 할 당정간에도 김 여사는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가령 1월 18일 집권여당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 여사 명품백 사과해야’ 소리가 나온 데 대해 윤재옥 원내대표가 ‘공작’이고 ‘함정’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발언 자제를 요청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집권여당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김 여사인 셈이다.
김 여사의 민폐는 그뿐만이 아니다. 1월 21일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김경율 비대위원 발언 등에 유감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정 몰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걱정할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한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요구를 뿌리친 것이다.
이보다 앞선 1월 17일 김 비대위원은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사과를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혹은 두 분 다 같이 입장을 표명하는 게 국민의 감정,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말인즉 제대로 된 ‘위기 돌파 해법’인데, 그로 인해 취임 한 달도 안된 집권당 비대위원장이 사퇴요구에 내몰린 것이다.
한겨레(2024.1.23.)에 따르면 김 여사를 잘 아는 여권 인사는 22일 “김 여사가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언급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이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목을 쳐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해서 김 여사가 너무 큰 충격과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도 본인 때문에 배우자가 악마화됐다고 생각해서 미안한 감정을 많이 느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김 비대위원과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이슈를 부각한 것에 대해서 강한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대통령 스스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성역이 존재함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1월 24일 서천 화재현장에 시차를 두고 나타나 ‘90도 인사’를 주고받으며 함께하는 모습으로 대립이라든가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아바타란 비아냥에도 아랑곳없이 총선 승리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한 비대위원장마저 사퇴시키려 한 배경에 김 여사가 있다. 민폐쟁이 김 여사가 ‘비선 실세’임이 확인된 셈이라 할까.
잘못한 게 있으면 진정어린 사과는 기본이고 필수다. 김 여사가 “이 문제를 사과할 경우 민주당이 이를 고리로 계속 공격해 총선에 악재가 된다”(한겨레, 2024.2.24.)는 취지로 주변에 말했다는데,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영부인 리스크’를 안고 총선을 치르게 될 판이다. 이런 적이 역대 총선에서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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