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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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시민의식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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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나는 이렇게 잘 났다”, “나는 이러 이러한 유명대학을 나온 엘리트 지성인이다”, “나는 전직 OO을 지낸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런 말을 자기 입으로 한다는 것은 한낱 넌센스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소리가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선거라는 것이다. 
해방 후 민주화 바람이 일기 시작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이러한 선거 열풍은 변함 없이 계절풍처럼 불어 오고 있다. 4.19와  5.16 혁명을 거쳐 한국적 민주주의가 토착화 되어 간다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정치열풍은 꺼지지 않고 세차게 불고 있다. 

물론 정치인은 자기 선전이 제일의 무기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신성한 한표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가 딴 사람보다 잘났다는 것을 사자후처럼 토하고 열렬한 박수를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여·야 각 당은 지금 선거 막판에 당초 정책정당 약속을 깨고 일단 “터트리고 보자” 막가파식 묻지마 폭로전을 무자비하게 하는 등 선거판이 난타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것은 21대보다 30%가 많은 것으로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폭로 했다가 잘못을 인정 사과 정정하는 등 자폭으로까지 이어지는 정당도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의 대변자가 되려면 나름대로의 경륜(經綸)이 있어야 하고 소신과 신의·도덕성 그리고 투철한 정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링컨 대통령의 명언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한 봉사자의 정신이 앞서야 되기 때문이다. 청중을 선동하기 위한 능변이나 감언이설로 국민을 속이려는 얄팍한 수법으로 공약(空約)을 남발하며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그런 18세기적 방법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후보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영웅 시저의 열변을 듣고 감동해서 박수를 칠 시민이 오늘에도 있는가? 청중을 많이 웃기거나 감동을 시켰다 해서 그것이 바로 자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되며 돈 없는 사람이라고 읍소(泣訴)를 해서 동정을 받으려고 생각하는것도 우스운 일이다.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척도는 그런 것 보다는 사람의 인품과 도덕성 그리고 거짓 없는 정직과 경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잘났다고 뻐기는 사람보다는 좀 모자라는 듯 해도 착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사람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유권자들 중에는 후보자들이 한 번 찾아오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농담이지 진실로 원해서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후보자들 중에는 또 “나는 돈을 쓰지 못해서…” 하고 엄살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는 소리다. 이제는 국민의 정치 수준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했고 정치의식 또한 확고해서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은 승리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며 공천을 신청하는 등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투표하는 순간만은 엄숙해지기 마련이다. 장 자크 루소는 말하기를 국민들이 국민주권을 실감하는 때는 투표하는 순간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가급적이면 투표하는 순간에는 오래토록 투표깍지를 누르고 있어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실감하는 순간을 오래토록 느껴보라고 했다.
이렇듯 주권재민을 실감있게 느껴보는 엄숙한 순간을 그것쯤 하고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입후보자가 있다면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유권자들을 어렵게 생각하고 원대한 경륜과 소신을 지니는 그런 1등 정치 후보생이 나올때는 언제쯤일까? 
이번 22대 총선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사가 달린 선거로써 입후보 한 사람이나 국민 모두가 한 번쯤은 냉정한 마음으로 무엇이 국익이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한번쯤 깊이 반성해본 후, 주권재민 행사를 임해줄 것을 애국시민들은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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